교리 이전에 선포로서 칭의 (한스 휘브너)

교리 이전에 선포로서 칭의
-휘브너의 칭의 아티클 요약과 감상 (Rechtfertigung, in: EKL)

신약학자 한스 휘브너(Hans Hübner)는 바울이 '칭의'를 고정된 교리 체계로 제시하기보다 당면한 상황 속에서 죄인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하는 역동적인 도구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바울에게 '칭의'는 단순한 신학적 개념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살아있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바울은 젊은 시절 율법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이였다. 그는 율법을 완벽하게 준수함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그의 삶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그는 율법의 행위가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 깨달음은 바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세상에 선포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바울은 편지를 통해 다양한 지역과 상황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했다. 그는 때로는 율법주의의 굴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대인들에게, 때로는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때로는 믿음의 본질에 대해 혼란을 겪는 교회 공동체에게 칭의의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바울이 칭의를 설명하는 방식이 항상 일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갈라디아서에서는 율법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믿음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설파했고, 로마서에서는 좀 더 체계적인 논증을 통해 칭의의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바울은 칭의라는 교리 체계에 얽매이기보다는 각 상황에 맞게 유연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하는 데 집중했다. 다시 말해서 바울은 칭의라는 하나님의 은혜를 전달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자신의 언어와 논증 방식을 조절했던 것이다. .

바울은 '하나님의 의'라는 개념을 통해 죄인을 의롭게 하는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이나 선행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서만 죄 용서와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선포했다. 율법의 행위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의로움, 즉 '하나님의 의'가 예수를 믿는 자들에게 선물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울에게 '칭의'는 단순히 죄 사함을 받는 것을 넘어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죄의 권세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인간에게 새롭게 주어진 희망을 선포했다. 더 이상 죄책감과 두려움에 묶이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의 새로운 삶, 그것이 바로 바울이 선포한 칭의의 핵심이었다.

이처럼 휘브너는 바울이 '칭의'를 교리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하나님의 구원, 곧 복음을 전파하고 선포하는 도구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바울에게 칭의는 단순히 믿어야 할 교리가 아니라 삶 속에서 끊임없이 선포되고 경험되어야 하는 살아있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