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의 흙바닥에 남은 지워지지 않는 실재 (욥기 1장)
핵심 요약 : 사탄이 여호와 앞에서 제기한 의심은 서늘하다. 까닭 없이 욥이 하나님을 경외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인간의 신앙이란 결국 울타리 안에 채워진 가축과 자식이라는 현세적 자산에 기댄 거래라는 계산이 깔렸다. 사탄이 여호와 앞에서 제기한 의심은 서늘하다. 까닭 없이 욥이 하나님을 경외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인간의 신앙이란 결국 울타리 안에 채워진 가축과 자식이라는 현세적 자산에 기댄 거래라는 계산이 깔렸다. 울타리를 걷어내면 찬송은 면전에서 쏟아내는 저주로 바뀐다는 사탄의 장담 속에서, 축복과 저주는 동일한 히브리어 동사 ' 바라크 '(בָּרַךְ)의 앞뒷면으로 포개진다. 땅의 질서 안에서 하나님은 인간의 소유와 안녕을 떠받치는 방패막이에 머문다. 스바 사람의 칼날과 하늘의 불, 갈대아 사람의 약탈과 거친 들에서 불어온 바람은 욥의 세계를 지탱하던 사람과 사물을 단숨에 지워버린다. 사탄은 인간의 삶을 규정하던 사람(자식)과 사물(재산)의 관계망을 무너뜨리면 하나님을 향한 경외도 함께 증발하리라 믿었다. 땅의 논리는 주고받는 보상과 인과의 굴레 에 갇힌 까닭이다. 자식 열 명의 부고와 잿더미가 한날한시에 덮친 현장에서, 욥의 손에 남았던 모든 관계와 자산은 흔적 없이 부서진다. 모든 울타리가 날아간 폐허에서 욥은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깎은 뒤 땅바닥에 엎드린다. 욥의 입술을 채운 첫마디는 날것 그대로의 알몸 이다. 모태에서 맨몸으로 나왔으니 맨몸으로 돌아간다는 선언은 단순한 소유의 박탈을 넘어선다. 사람과 사물이라는 두 기둥이 꺾인 자리에서 욥은 창조주 앞에 선 단독자의 실존을 드러낸다. "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 "(욥 1:21)라는 욥의 승복은, 손바닥을 뒤집어 저주를 쏟아낸다던 사탄의 계산을 무너뜨린다. 욥에게 하나님은 현세의 자산이 풍족할 때만 곁에 머무는 조건적 우상이 아니었다. 두 축의 관계가 끊겨 알몸으로 내던져졌을 때도, 욥이 딛고 선 유일한 자리는 여전히 하나님 앞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