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기억과 혈육의 담력 (히브리서 10장)
핵심 요약 : 히브리서 10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단번의 제사로 죄를 결코 다시 기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결단을 선언한다. 처벌의 근거가 사라진 자리에서 인간에게 살아남은 죄의 기억이라는 지독한 심판을 마주하며, 찢겨진 살과 피로 맺어진 혈육의 불가역적 묶임이 성소로 나아가는 참된 담력이 됨을 밝힌다. 율법 아래서 행해지던 제사는 죄의 뿌리를 뽑아내지 못했다. 황소와 염소의 피 로는 죄를 온전히 없이할 수 없었기에, 제사장은 날마다 같은 제사를 그침 없이 반복해야 했다(1-4, 11절). 제사를 드릴수록 인간에게 뚜렷해진 것은 죄에서의 해방과 동시에 도리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뼈아픈 상기였다. 편집자가 3절에서 짚어낸 바와 같이 해마다 드리는 제사는 인간의 뇌리에 죄를 다시 기억나게 하는 장치 에 지나지 않았다. 씻어내려 애쓸수록 죄의 목록은 인간의 의식 속에 더욱 질기게 각인되었다. 이 끝없는 반복을 멈추어 세운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단번의 제사 였다. 그분은 하나님 우편 에 앉으셨고(12절), 성령은 예레미야의 입을 빌려 선언하신다. "그들의 죄와 그들의 불법을 내가 결코 다시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17절). 이 기억의 중단 은 인간 뇌세포의 망각이나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를 처벌할 율법의 법적 근거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하나님 편에서의 결정 이다. 히브리서 편집자는 하나님이 죄를 기억하지 않기로 작정하심으로써 생겨난 이 전적인 은총의 상태를 " 거룩 "이라고 부른다(10절). 결코 우리 몸의 변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심판은 어디에 있는가. 심판은 바깥에서 내리꽂히는 번개나 물리적 형벌이 아니라, 처벌의 근거가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또렷하게 살아남은 인간 자신의 기억 에 있다. 하나님은 기억하지 않으신다 하고 심지어 모른다고 하시는데, 내 안에서는 지난 죄들이 한 장면도 빠짐없이 상영된다. 하나님 편에는 죄의 상영관 이 닫혔으나 인간의 뇌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