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39: 명하신 대로, 창조의 리듬을 회복하다

출 39: 명하신 대로, 창조의 리듬을 회복하다

"모세가 그 마친 모든 것을 본즉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되었으므로 모세가 그들에게 축복하였더라" (출애굽기 39:43)

출애굽기 39장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제창처럼 반복해서 울려 퍼지는 후렴구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하였다." 무려 일곱 번이나 반복되는 이 문장은 화려한 제사장의 의복이나 정교한 성막 기구들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바빌론 포로기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오경을 편집하던 이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던 것은, 화려한 성전의 외형이 아니라 바로 이 무거운 순종의 리듬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막 건축을 인간의 치열한 노동의 결과물로 봅니다. 실을 꼬고, 천을 짜고, 금을 두드려 펴는 그 땀방울들이 39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장의 진정한 핵심은 노동의 분량이 아니라 말씀의 성취에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노동의 끝을 묘사하는 방식은 태초의 창조 기사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지으시고 "모든 것을 보시니 좋았더라" 하시며 안식하셨듯이, 모세도 이스라엘 백성이 마친 모든 것을 보고, 명하신 대로 되었음을 확인하며 축복합니다.

성막을 짓는 것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무질서한 광야 한복판에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다시 세우는 새 창조의 작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주님이 명하신 대로"라는 문장은 단순한 복종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창조주가 빚어놓은 원래의 리듬, 그 거룩한 질서 안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내 생각, 내 계획, 내 열심이 앞설 때 우리는 피로해집니다. 그러나 "명하신 대로" 행할 때, 그 노동은 소진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나아갑니다. 오경의 핵심이 십계명이고, 십계명의 정점이 안식일이라면, 39장의 이 집요한 반복은 결국 우리를 안식으로 안내하는 이정표입니다. 하나님이 명하신 길을 따르는 것, 그 순종의 끝에 비로소 참된 창조의 완성인 안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의 분주함이 내 욕망의 바벨탑을 쌓는 노동인지, 아니면 그분의 명하심을 따라 창조의 리듬을 회복하는 거룩한 성막 짓기인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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