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장: 폐허 위에 선포된 주도적 용서의 의지, 속죄
레위기 1장: 폐허 위에 선포된 주도적 용서의 의지, 속죄
"제물을 가져 온 사람은 번제물의 머리 위에 자기의 손을 얹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을 속죄하는 제물로 받으실 것이다." (레위기 1:4)
레위기 1장의 표면적 서사는 출애굽 직후 광야의 성막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이 텍스트를 최종 집필한 편집자의 실제 시간은 성전 제의가 무너진 포로기 혹은 포로 후기로 읽어내는 것이 합당하다. 성전이 파괴되고 제물이 바쳐질 수 없는 짙은 절망과 폐허 한복판에서, 편집자가 제사의 복잡한 형식이나 도덕적 규례에 앞서 '속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의미 있는 신학적 기획이다. 그것은 단순히 잃어버린 과거의 종교적 기억을 보존하려는 수동적 기록이 아니라, 바벨론이라는 형벌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향해 가장 근원적인 관계 회복의 여지가 여전히 닫히지 않았음을 선포하는 치열한 서론이다.
번제물의 종류가 소와 양, 그리고 날짐승 등으로 나뉘어 제시되는 것 역시 단순히 제사 참여자의 경제적 형편을 배려한 표피적 제도로만 환원될 수 없다. 그 깊은 이면에는 피할 수 없는 징계의 현실 속에서도 모든 백성을 기어코 속죄의 은혜 안으로 이끌어들이고야 말겠다는 하나님의 용서의 의지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빈부 격차,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용서하겠다는 하나님의 집요한 구원 의지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용서 앞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철저한 감각적 직면이 요구된다. 번제물의 머리 위에 자기 손을 얹는 행위는 단순히 제물을 바치는 절차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 죽음으로 치환되는 상실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일이었다. 따라서 이 과정은 결코 기계적인 대속이 될 수 없다. 포로기의 독자들은 가축을 제단에 내어놓아야 했던 선조들의 제의적 기억을 거슬러 읽으며, 자신들의 죄가 초래한 파괴적 대가를 구체적으로 대면해야 했을 것이다. 결국 하나님의 속죄는 당신 백성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그분의 주도적인 용서와 제물의 죽음을 통해 죄의 무거운 실체를 자각하는 인간의 태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