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속에서 찾아내는 하나님의 본심 (아모스 9장)
파국 속에서 찾아낸 하나님의 본심
아모스 9장 묵상
3 비록 그들이 갈멜 산 꼭대기에 숨더라도, 거기에서 내가 그들을 찾아 붙잡아 오고, 비록 그들이 내 눈을 피해서 바다 밑바닥에 숨더라도, 거기에서 내가 바다 괴물을 시켜 그들을 물어 죽이게 하겠다. 8 나 주 하나님이 죄 지은 이 나라 이스라엘을 지켜 보고 있다. 이 나라를 내가 땅 위에서 멸하겠다. 그러나 야곱의 집안을 모두 다 멸하지는 않겠다."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11 "그 날이 오면, 내가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고, 그 부서진 곳을 막고, 그 허물어진 것을 일으켜서, 옛날과 같이 세우겠다. 15 내가 이 백성을 그들이 살아갈 땅에 심어서, 내가 그들에게 준 이 땅에서 다시는 뿌리가 뽑히지 않게 하겠다." 주 너의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1. 산과 바다, 피할 수 없는 하나님의 눈
아모스서의 심판 선언은 무섭도록 집요합니다. 3절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깊고 높은 은신처인 갈멜 산 꼭대기와 바다 밑바닥마저 하나님의 시선 앞에서는 무용지물임을 선포합니다. 이는 단순히 죄인을 벌하시려는 집요함을 넘어, 온 우주에 미치는 하나님의 주권과 그분의 거룩한 임재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는 장엄한 선언입니다. 산과 바다처럼 견고한 벽을 쌓고 그 뒤에 숨어버린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국 하나님과의 대면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 피할 수 없는 심판의 선언은 죄인에게는 공포이지만, 동시에 숨어버린 인간을 끝까지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서곡이기도 합니다.
2. '그러나'라는 가장 위대한 반전
혹독한 파국 선언이 절정으로 치닫는 8절, 모든 것을 끝낼 듯한 문장 끝에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야곱의 집안을 모두 다 멸하지는 않겠다." 이 한 단어가 아모스서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하며, 하나님의 공의가 긍휼을 동반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사실 예언서가 이토록 혹독하게 파국을 선언하는 이유는, 인간이 하나님의 인자하신 본심을 오용하여 제멋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을 방종의 기회로 삼는 그 죄악의 끝에서 심판은 필연적으로 시작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모든 소망이 끊어진 것처럼 보일 때, 하나님은 남은 자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어가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변덕이 아니라, 죄를 심판하시되 당신의 백성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려는 하나님의 본심이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3. 변덕인가, 애정인가
매서운 심판을 말하다가도 이내 희망의 여지를 남기시는 모습은, 마치 하나님이 이랬다저랬다 마음이 변하는 분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처럼 변덕스럽거나 마음이 약해지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의 행하심이 우리 눈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당신의 변함없는 애정 때문입니다. 심판조차 죄로부터 당신의 백성을 돌이키려는 사랑의 한 방식이며, 회복의 약속은 그 사랑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추방하는 것으로 선악과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에게 가죽옷을 입히셨고, 자손을 통해 인생사를 잇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노아 시대의 홍수로 모든 것을 종결하지 않으셨습니다. 무지개 언약을 통해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시겠다 약속하셨습니다. 이처럼 파멸의 크기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큰 것이 바로 모든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애정입니다.
4. 다시는 뿌리가 뽑히지 않으리라
아모스서의 마지막 말은 멸망이 아니라 구원입니다. 11절의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겠다"는 약속과 15절의 "내가 준 이 땅에서 다시는 뿌리가 뽑히지 않게 하겠다"는 선언은 하나님의 변함없는 신실함과 사랑의 최종적인 확증입니다. 이것은 다윗 왕국의 재건에 머물지 않고 장차 오실 메시아를 통해 세워질 하나님 나라, 죄와 단절로 인해 무너진 인간 실존의 근본적인 회복에 대한 소망입니다. 우리의 죄는 하나님의 심판을 불러오기에 충분하지만, 로마서 8장이 증거하는 것처럼 우리의 그 어떤 죄악도 당신의 언약을 파기하고 우리를 향한 애정을 거두시게 할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이 무너진 장막과 같은 내 삶 속에서도 결코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나를 당신의 땅에 심어 다시는 뿌리 뽑히지 않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본심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오늘 우리가 붙잡는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