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5: 하나님의 말씀하심

2절: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정하여 놓은 그 때가 되면, 나는 공정하게 판결하겠다.

시인의 기대와 찬양의 근거는 ‘하나님의 말씀하심이다’(Deus dixit). 시인의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을 주관한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하나님이 재판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시인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는가?”

하나님의 말씀이 시인의 종교적 심성으로부터 들렸다면, 그것은 ‘자아 혹은 자기 의식의 변증법’을 벗어날 수 없다. 비록 하나님이라 해도 자아가 자신의 생각을 대상화 한 결과물이라면, 자아가 하나님의 창조자이다. 이것은 그리스도교 신앙과는 정반대이지만,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마주하고 있다. 자아가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 밖에 존재하는 하나님이 말씀하셔야 한다. 시인 속에서 나온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시인 밖에서 주어진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2절은 시인이 들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이 ‘때’를 정했다. ‘때’는 단지 시간만이 아니라 공간, 그리고 방향도 포함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 즉 소명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것이 단순 논리가 되지 않으려면 실제 하나님이 말씀하셔야 한다. 성서는 아담 이후 하나님이 대리자를 통해 말씀하시다가 예수를 통해 직접 말씀하셨다고 증언한다. 이 사실을 ‘내가 믿는다’로는 안 된다. 자세한 매카니즘을 알 수는 없으나 그 사실이 믿어지느냐가 보다 정확하다. 이것 또한 쇄뇌와 맹신과 구분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사람의 논리로 설명한다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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