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종이 되려 합니까 (갈 4장)

왜 다시 종이 되려 합니까

갈라디아서 4장

5 그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자녀의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6 그런데 여러분은 자녀이므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아들의 영을 우리의 마음에 보내 주셔서, 우리가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하셨습니다. 7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제 종이 아니고 아들입니다. 아들이면, 하나님께서 세워 주신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9 그러나 지금은, 여러분이 하나님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알아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러분은 무력하고 천한 초등 학문으로 되돌아가서, 또다시 그것들에게 종노릇 하려고 합니까? 12 형제자매 여러분, 내가 여러분과 같이 되었으니, 여러분도 나와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내게 해를 입힌 일은 없습니다. 13 그리고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내가 여러분에게 처음으로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은, 내 육체가 병든 것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1. 종에서 아들로: 신분의 혁명

바울은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설명한 뒤 그 복음이 가져온 실존적 변화가 무엇인지 선포한다. 그것은 '종'에서 '아들'로의 완전한 신분 상승, 아니 신분의 혁명이다. 종은 주인의 집에서 평생 일하지만 상속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모든 것을 상속받을 상속자이며, 아버지를 친밀함과 신뢰 속에서 "아빠, 아버지"(Abba, Father)라고 부른다. 바울은 성령께서 우리 안에 오셔서 바로 이 일을 가능하게 하셨다고 증언한다. 즉,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사건이다. 율법이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주었다면, 복음은 우리에게 '아들'이라는 새로운 존재, 새로운 신분을 선물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빚진 자의 심정으로 율법의 조항들을 지키는 종이 아니라, 모든 것을 누릴 상속자의 자격으로 아버지를 자유롭게 사랑하는 아들이다.

2. 경건한 열심의 함정

그런데 어찌하여 갈라디아 교인들은 이 영광스러운 아들의 신분을 버리고 다시 종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는가? 바울은 "어찌하여 무력하고 천한 초등 학문으로 되돌아가서, 또다시 그것들에게 종노릇 하려고 합니까?"(9절)라고 탄식한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그들은 악의를 품고 복음을 버리려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잘 믿기 위해', '더 경건한 신자가 되기 위해' 할례를 받고 율법의 규정들을 지키려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은혜는 불안하고, 손에 잡히는 행위는 확실해 보이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경건한 열심'의 함정이자 인간의 한계다. 더 거룩해지려는 선한 동기가 스스로에게 율법이라는 족쇄를 채워 그리스도가 주신 자유를 내던지고 다시 종의 멍에를 메게 만든다. 바울에게 이것은 믿음 위에 공로를 더하는 '보충'이 아니라, 아들의 식탁을 박차고 나가 종의 부엌으로 돌아가는 '퇴행'이요, 복음을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치명적인 배교 행위였다.

3. "나와 같이 되라": 약함으로의 초대

바울은 이제 논리를 넘어 이자신의 삶을 던져 호소한다. "내가 여러분과 같이 되었으니, 여러분도 나와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12절) 이는 단순히 바울의 성품을 닮으라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율법의 전사(사울)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따르는 제자(바울)가 된 자신의 실존적 변화에 동참하라는 초대다. 바울이야말로 '잘못된 방향의 열심'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온몸으로 체험한 사람이었다. 그는 하나님을 위한다는 확신 속에서 하나님의 아들을 박해했던 자신의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더 나아가 그는 갈라디아 교인들과의 첫 만남을 상기시킨다.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인 것은 강하고 건강한 영웅을 통해서가 아니라, 육체의 병으로 인해 '약해진' 바울을 통해서였다(13절). 그들은 가장 약한 자 바울을 통해 선포된 '십자가의 약함'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만났다. 이것이 그들 신앙의 출발점이었다. 바울은 "힘센 종의 아들이 되려 하지 말고, 약해 보이지만 주인의 아들이 되시오. 내가 나의 강함(율법)을 버리고 당신들과 같이 되었듯, 당신들도 당신들의 강함(율법적 열심)을 버리고 약한 십자가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는 나와 같이 되시오."라고 호소한다. 이것은 약함 속에서 온전해지는 하나님의 역설적인 은혜로 돌아오라는 눈물의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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