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개 속에서 마주치다: 창세기 42장 묵상

마음, 안개 속에서 마주치다

창세기 42장 묵상


"당신들이 정직한 사람이면, 당신들 형제 가운데서 한 사람만 여기에 갇혀 있고, 나머지는 나가서, 곡식을 가지고 돌아가서, 집안 식구들이 허기를 면하도록 하시오." (창 42:19, 새번역)

그들이 서로 말하였다. "그렇다! 아우의 일로 벌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 아우가 우리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할 때에, 그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가 아우의 애원을 들어 주지 않은 것 때문에, 우리가 이제 이런 괴로움을 당하는구나." (창 42:21, 새번역)


1. 꿈의 성취, 그러나 텅 빈 마음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요셉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습니다. 형들이 그의 앞에 엎드려 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통쾌한 승리의 순간이 아닙니다. 성경은 요셉이 "그들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한 꿈을 생각했다"고 기록합니다. 그의 마음은 20년 묵은 아픔과 그리움, 그리고 복잡한 상념으로 요동쳤을 것입니다. 꿈이 이루어졌지만 그의 영혼에 텅 빈 공허함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관계가 깨어진 채 이루어진 꿈은 결코 완전한 기쁨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부터 요셉의 모든 행동은 단순히 꿈의 성취를 확인하기보다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됩니다.

2. 시험 속에 감추어진 자비

요셉은 형들을 정탐꾼으로 몰아붙이며 가혹한 시험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의 첫 계획, 즉 한 사람만 돌려보내고 아홉을 가두려던 계획은 곧 수정됩니다. 그는 한 사람만 남기고 아홉을 돌려보냅니다. 이 작은 변화 속에 그의 '세심한 마음씨'가 빛을 발합니다. 굶주리고 있을 아버지와 조카들, 가나안에 있는 대가족(70여 명)을 그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한 사람이 그 많은 식구들을 먹일 곡식을 운반할 수 있겠는가?" 요셉은 가족의 생존을 염려하는 사랑으로 감싸여 있었습니다. 그는 가장무도회 가면 뒤에서 홀로 눈물을 삼키며(42:24) 형제들을 향한 연민과 구원의 길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3. 닫힌 문을 두드리는 참회

형제들은 자신들끼리 히브리 말로 대화하며, 이 모든 재앙이 20년 전 아우에게 저지른 죄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고백이 요셉을 향한 계산된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의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진실한 가책이었습니다. 물론 이 참회는 아직 두려움에 기반한 불완전한 시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년간 외면했던 과거의 죄를 정직하게 마주하고 입 밖으로 꺼낸 첫걸음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한 위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4. 하늘만이 아는 마음의 연결

이 장면의 가장 신비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요셉은 형제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고, 형제들 또한 총리의 가면 뒤에 숨겨진 요셉의 아픔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모르는 짙은 안갯속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안갯속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요셉은 '너그러움'이라는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형제들은 '후회와 가책'이라는 고백으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들조차도 몰랐지만, 하늘이 그들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고 있음을 놓칠리 있겠습니까. 인간의 눈에는 단절된 두 개의 사건이 하나님의 시선 아래에서는 화해를 향한 하나의 교향곡으로 조율되고 있었습니다.

5. 시므온, 과거의 심판인가 미래를 위한 질문인가

요셉은 시므온을 인질로 남깁니다. 이것을 과거 디나 사건의 주범이었던 그에 대한 인과응보적 심판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깊은 의미는 미래를 향한 질문에 있습니다. 시므온이 남겨진 사건은 형제 공동체 전체에게 던져진 시험입니다. "너희는 과거에 요셉을 버렸던 것처럼, 또 다른 형제 시므온을 버리고 너희만 살 길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한 형제를 위해 함께 책임지고 돌아올 수 있는가?" 시므온은 과거 죄에 대한 희생양이라기보다는 공동체의 진정한 회복을 위한 시금석이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요셉의 결정을 통해 지금 그들에게 20년 전과 똑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번에는 다른 대답을 할 기회를 주고 계십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를 과거의 실패와 비슷한 상황으로 이끄시며, 이제는 사랑과 책임의 길을 선택하라고, 성숙한 믿음의 대답을 하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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