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눅 6:27-38)

오늘 설교자는 누가복음 6:27-38을 "사랑과 저항, 비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한다. 원수란 말이 당시엔 지배 계층의 언어로서 민중의 언어가 아니었다. 정말 그럴까? 어쨌든 설교자는 원수 사랑을 비폭력과 같다고 했다. 나는 나를 해코지 하는 이를 무조건 품을 수 있는가? 사람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니 비폭력에 리미트를 건다. 비폭력은 저항 자체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정의를 방치할 수는 없다. 부정의를 방치한다면 그것은 참 된 사랑이 아니다. 다만, 원수를 증오하진 말자. 비폭력과 원수 사랑의 한계와 덫을 경험한 지혜로운 선배들은 다음의 말로 정리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그렇다. 원수를 무조건 사랑해서 발생할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독재자를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독재만은 멈춰야 하지 않겠는가. 예수의 원수 사랑을 사람이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으며 적용할 수 있으리오. 
이 덫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쳐본다면, 비폭력 원수 사랑을 사람의 적용 차원이 아닌 예수의 자기 다짐으로 보는 건 어떤가.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적지 못할 내 죄를 용서받을 때는 그 경계가 없다가, 저 놈의 죄에 대하여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를 이상하게 적용해서 "죄도 사람도 다 미워하자"로 가버리는 나의 욕망은 구원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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