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과 하나님 나라 (눅 9:10-17)

그리스도인은 물고기 두 마리나 떡 다섯 개, 또는 음식을 먹은 5,000명이라는 숫자보다 예수님 앞에 나온 마음과 몸이 배고픈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음식이 주어졌다는 것을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기적과 하나님 나라
눅 9:10-17


사도들이 돌아와 자기들이 행한 모든 것을 예수께 여쭈니 데리시고 따로 벳새다라는 고을로 떠나 가셨으나 무리가 알고 따라왔거늘 예수께서 그들을 영접하사 하나님 나라의 일을 이야기하시며 병 고칠 자들은 고치시더라 날이 저물어 가매 열두 사도가 나아와 여짜오되 무리를 보내어 두루 마을과 촌으로 가서 유하며 먹을 것을 얻게 하소서 우리가 있는 여기는 빈 들이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여짜오되 우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으니 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먹을 것을 사지 아니하고서는 할 수 없사옵나이다 하니 이는 남자가 한 오천 명 됨이러라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떼를 지어 한 오십 명씩 앉히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렇게 하여 다 앉힌 후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무리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니 먹고 다 배불렀더라 그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거두니라


오병이어 기적에 대한 몇 가지 해석

본문은 예수님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사입니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일 수 있느냐며 고개를 저으며 신문의 가십란에도 실릴 수 없는 거짓말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난처한 반응을 만나면 그리스도인의 생각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무조건 믿든지, 아니면 슬쩍  피하든지, 아니면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성경의 기사를 해석합니다. 어떤 이는 본문의 평행본문인 요한복음 6장을 근거로 어린아이가 자기 도시락을 선뜻 내놓자, 감동한 사람들이 앞다투어 자기 도시락을 꺼내 놓음으로 5,000명이 먹을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해석을 좀 더 전개하여 오병이어 사건을 초대교회의 공동 식사와 비교했습니다. “저희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행 2:42)는 구절과 오병이어 기사를 연결하여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식사로 해석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예수님이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다는 16절을 기반으로 예수님이 성만찬 때 행하실 것을 예증적으로 보여 주신 것으로 해석합니다. 

오병이어 기적의 정황들

그리스도인은 오병이어로 5,000명이 먹었다는 본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그는 본문의 앞부분인 누가복음 9장 1절 이하의 말씀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12제자를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 모든 귀신을 제어하고,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세를 주시며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앓는 자를 고치라고 분부합니다. 예수님은 여기에 덧붙여서 여행을 위하여 식량이나 전대나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3). 그렇게 제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기 위해 파송을 받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권세와 지침을 받은 제자들이 각 촌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병자들을 고쳤습니다(6). 파송을 받았던 제자들이 돌아와서 자기들이 행한 일을 예수께 보고합니다. 이윽고 예수님은 고단한 제자들을 쉬게 하려고 그들을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자들이 파송을 받은 이유입니다. 제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기 위해’ 파송을 받았습니다. 11절부터는 더욱 세심히 읽어야 합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무리가 알고 따라왔거늘 예수께서 저희를 영접하사 하나님 나라의 일을 이야기 하시며 병 고칠 자들은 고치시더라” 오병이어의 기적은 제자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고 돌아와서 앞다투어 하는 보고를 듣고 예수님도 하나님의 나라를 이야기 하실 때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병자들을 고쳐주시는 동안 해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께 저녁이 되었으니 무리들을 보내어 마을에 가서 먹을 것을 얻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예상밖에 예수님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합니다. 당연히 예수님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셨을 때, 제자들에게 줄 것이 없었습니다. 제자들은 두 벌 옷도 안 되고, 지갑도 갖지 않은 채 이리저리 전도하다가 이제 막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시니, 제자들은 한 벌 뿐인 옷과 봇짐을 뒤집니다. 마침내 그들은 갖고 있던 것을 다 모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께 보이며, “불가능합니다. 설령 우리가 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 하더라도 이것 밖에는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빌립은 200데나리온은 되어야 사람들에게 주먹밥 하나 정도 먹일 수 있겠다고 투덜댔습니다.  

바로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변화를 일으켜 모두가 제 혼자 먹으려고 숨겨 두었던 것을 꺼내 놓아 5,000명이 나누어 먹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 기적은 제자들이 전도여행을 하며 - 이에 대해 예수님은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귀신을 제어하고, 병자들을 고치는 능력을 베풀다 돌아온 제자들이 정작 예수 앞에 모여 있던 병들고 배고팠던 사람들에게는 내놓을 것이라고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는 그러한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예수님 앞에서 떡과 물고기를 먹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자기 먹을 것 싸 가지고 다닐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학식과 견문이 높아서 예수님이 전하는 하늘의 말씀을 정신적으로 깊이 사모하던 계층도 아니었습니다. 그들 대다수는 하루살이가 급하거나 병들고 지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께 가면 병 고침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었고, 무언가에 굶주려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분부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전도여행을 할 때만 해도 능력을 베풀던 제자들조차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적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어납니다. 

오병이어의 기적과 하나님의 나라

병들고 가난하고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예수님이 계신 갈릴리 벳새다 마을에 모여 들었는데, 해는 지고 끼니 때가 되었는데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일 때, 예수님은 제자들을 통해 무리에게 한 끼 식사를 나누어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만나요 메추라기입니다. 오병이어는 예수님 당시에나 통했던 그런 사건이 아닙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을 위해서도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그것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만을 의지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기적처럼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종교적 환상이나 이데올로기가 약속하는 희망도 아닙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창조주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이것은 사람을 사랑하여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내어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라고 그리스도인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고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는 크고 높은 말씀으로 기도하다가 갑자기 작아 보이는 일용할 양식을 말씀합니다. 예수님이 알려주신 기도가 이루어진 사건이 바로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오병이어 기적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음과 몸이 병들고 허기진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음식이 주어졌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물고기 두 마리나 떡 다섯 개, 또는 음식을 먹은 5,000명이라는 숫자보다 예수님 앞에 나온 배고픈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음식이 주어졌다는 것을 보다 더 주목해야 합니다. 오병이어의 사건은 하나님의 사랑에 허기져 찾아온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게 된 사건입니다. 오병이어의 사건은 산상복음의 후반부(마 6:25 이하)에서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이 성취되는 사건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예수님이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를 제시하는 사건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에는 하나님 나라가 들어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이 선포되고 있습니다. 오병이어의 사건은 아담이 타락한 후 “네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식물을 먹으리라”는 하나님의 심판의 말씀이 취소된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에덴동산을 거닐던 아담을 위해 일용할 양식을 예비해 주셨듯이, 하나님이 저 하늘의 새와 저 들판의 백합화를 먹이시고 입히듯이, 예수님 앞에 나온 사람들, 곧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늘나라의 양식이 주어지는 기적이 오병이어의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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