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9장: 누가가 고발하는 제자들의 행태

누가복음 9장: 누가가 고발하는 제자들의 행태


3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길을 떠나는 데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아라. 지팡이도 자루도 빵도 은화도 가지고 가지 말고, 속옷도 두 벌씩은 가지고 가지 말아라.
9   그러나 헤롯은 이렇게 말하였다. "요한은 내가 목을 베어 죽였는데, 내게 이런 소문이 파다하게 들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예수를 만나고 싶어하였다.
44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 들어라. 인자는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
46   제자들 사이에서는, 자기들 가운데서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다.
58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3절은 예수가 제자들을 선교여행 보내면서 하신 말씀이다. 두 벌 옷도 안 되고 지팡이나 지갑도 가지고 갈 수 없다. 재물에 마음이 매인 우리는 두 벌 옷에 눈길을 주지만, 예수는 제자들에게 하나님 의존성을 당부한다. 하나님을 전하는 선교에서 그분 의지함을 빼면 소위 속 빈 강정 아니겠는가. 제자들이 선교 여행을 하며 이런저런 병자들을 많이 고친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고질병이 치유 받지 못했다. 예수는 자신의 죽음을 말하고 있는데(44절), 제자들은 예수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자리 싸움 하느라 목에 핏대를 세웠다(46절). 그들은 예수와 함께 다녔으나 다른 꿈을 꿀 뿐이다. 제자들의 헛발질을 지켜본 누군가 나도 선생님을 따라다니고 싶다고 입바른 소리를 했다. 예수의 대답은 그의 속내를 그대로 비춰준다. ‘나 가진 것 아무것도 없다’(58절). 정작 예수가 입바른 소리 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면 다 도망간다(59-61절). 12제자들과 예수를 존경한다고 하는 넓은 테두리의 제자들은 그나물에그밥이다. 그래도 제자들은 예수에게 장담한 대로 예수가 마신 잔을 운명처럼 마셨다. 예수는 제자들의 가벼운 입바른 소리를 기필코 무겁게 만들었다. 이래서 특히 예수 앞에서 함부로 입 놀리면 안 된다. 예수가 몸뚱어리 편히 뉘일 집(요즘말로 부동산)이 없었지 능력마저 없던 것은 아니었던 거다. 제자들이 앉은 밥상에 나도 앉아서 밥 숟가락 들고 있는 모습은 시대를 넘나드는 적나라한 예수 따름의 현실이다. 십자가를 질 수 있나 주가 물어보실 때 죽기까지 따르겠다는 찬송을 백 번 천 번 부른다 해서 그 말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예수가 등을 떠밀어야 한다. 어쨌든, 제자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누가는 여전히 정정해서 예수를 따른다는 현재의 제자들도 고발한다. 베드로가 엉겁결에 내뱉은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입니다’가 제자로서 딱맞는 고백일지 모른다. 

9장에서 눈에 쏙 들어온 인물은 헤롯이다. 세례 요한의 목을 친 그는 예수의 활동이 점점 확장되자 정치적 위기를 느낀다. 그는 예수를 만나고 싶어했다(9절). 지금까지 나는 이 부분을 그토록 많이 읽었지만, 헤롯이 예수를 만나고 싶어한 것이 새롭다. 그만큼 성경을 건성으로 읽어왔다는 얘기다. 헤롯은 그의 바람(?)대로 예수를 만났다. 대신 그는 누가복음 9장이 아니라 23장에서 예수를 만난다. 누가복음 23:8에 따르면, 그는 예수 만남의 소원을 이뤄 매우 기뻐했다. 예수도 그에게 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누가복음 13:32에 의하면, 예수는 이미 헤롯의 위기감을 다 알고 있다. 그랬기 때문에 예수는 헤롯이 칼을 뽑았다고 전하러온 사람들에게 그가 두려워 하는 백성의 병 치유 등의 일은 사흘 안에 완료될 것이니 염려 말라 전하라고 했다. 예수의 말은 나는 당신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과연 헤롯이 자신의 칼을 도로 칼집에 꽂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수를 만났을 때 기뻐했던 것으로 볼 때 그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던 것 같다. 예수는 헤롯과 대면했을 때 그에게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예수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헤롯은 그분을 희롱하다가 빌라도에게 돌려보낸다. 죽일 가치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아마 그날 밤 발 뻗고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잤을 것이다. 그는 예수의 처리를 두고 서로 으르렁 대던 빌라도와 그날로 친구가 됐다. 정치인은 어제 싸우다가도 오늘 악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맞는 말이다. 예수가 헤롯을 두고 여우라고 했는데 적절한 표현이다. 예수가 한국의 여우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분명 구미호라고 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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