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7장: 기적 없이 죽은 예수
마태복음 27장: 기적 없이 죽은 예수
6 대제사장들은 그 은돈을 거두고 말하였다. "이것은 피 값이니, 성전 금고에 넣으면 안 되오.”
7 그들은 의논한 끝에, 그 돈으로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들의 묘지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9 그래서 예언자 예레미야를 시켜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그들이 은돈 서른 닢, 곧 이스라엘 자손이 값을 매긴 사람의 몸값을 받아서
10 그것을 주고 토기장이의 밭을 샀으니, 주님께서 내게 지시하신 그대로다.”
18 빌라도는, 그들이 시기하여 예수를 넘겨주었음을 알았던 것이다.
57 날이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 출신으로 요셉이라고 하는 한 부자가 왔다. 그도 역시 예수의 제자이다.
58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니, 빌라도가 내어 주라고 명령하였다.
59 그래서 요셉은 예수의 시신을 가져다가, 깨끗한 삼베로 싸서,
60 바위를 뚫어서 만든 자기의 새 무덤에 모신 다음에, 무덤 어귀에다가 큰 돌을 굴려 놓고 갔다.
62 이튿날 곧 예비일 다음날에, 대제사장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빌라도에게 몰려가서
63 말하였다. "각하, 세상을 미혹하던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에 사흘 뒤에 자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64 그러니 사흘째 되는 날까지는, 무덤을 단단히 지키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혹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 가고서는, 백성에게는 '그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속임수는 처음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예수는 종의 몸값에 팔렸다. 하나님은 예수의 죽음에 단호했다. 그분께 조금의 사치도 허용하지 않는다. 텍스트는 예수가 12군단 이상의 천사들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어쩌면 예수는 십자가에서 내려올 능력이 없었다. 병자를 낫게 하고 귀신을 쫓아내고 심지어 사람도 환생케 하던 기적이 예수에게서 더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기적이든 그 능력은 하나님의 것이지 대행자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죽음의 길에 들어선 예수에게 묵묵부답이다. 다만, 사람의 모습을 한 천사들이 예수를 돕는다. 십자가의 길에서는 향유 부은 여인과 유월절 만찬 제공자가 천사였고, 죽음 이후에는 아리마대 요셉이 천사였다. 하나님이 예수에게 베푼 최대한의 배려다.
위선의 끝판왕들은 집요하다. 제사장들은 여론을 부추겨 생사람을 잡으면서도 가룟 유다가 반환한 예수의 핏값을 부정탔다고 성전 금고에 넣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이 벌인 짓이 옳지 않음을 안다. 게다가 그들은 예수의 추종자들이 시체를 훔쳐가서 평소 말한대로 살아났다고 할까봐 무덤을 지키게 한다. 제사장들이 빌라도를 찾아간 날이 ‘예비일 다음날’이니 안식일이다. 악마의 꼼꼼함은 날을 가리지 않는다. 훗날 우리네 신앙 선배들은 차마 제사장들이 예수를 죽였다고 하지 못하고 대신에 그들이 평소 빌붙어먹던 빌라도가 그랬다고 사도신경에 넣었다. 의리는 눈꼽만큼도 없었던 제사장이 대체 뭐라고. 그들은 예수가 안식일에 손 마른 사람을 고쳤다고 난리치던 자들 아닌가. 그나저나 향유를 예수의 시체에 바르려던 여인들은 안식일 다음날에 무덤을 찾는다. 성전에서조차 선긋기를 당하며 푸대접 받던 여인들이 대체 누구여서 이토록 안식일을 잘 지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