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9장: 예수의 비유와 실제 사건의 겹침-누가의 데오빌로 설득 전략
누가복음 19장: 예수의 비유와 실제 사건의 겹침-누가의 데오빌로 설득 전략
9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10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12 그래서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귀족 출신의 어떤 사람이 왕위를 받아 가지고 돌아오려고, 먼 나라로 길을 떠날 때에,
13 자기 종 열 사람을 불러다가 열 므나를 주고서는 '내가 올 때까지 이것으로 장사를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28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 앞장서서 걸으시며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계셨다.
38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 하늘에는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는 영광!”
45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며
누가는 데오빌로에게 우리에게 익숙한 삭개오가 아니라 예수의 시각에서 삭개오 일화를 들려준다. 삭개오는 예수가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사람이다. 로마 사람인 나도 예수가 잃어버린 사람일까? 라는 데오빌로의 생각을 예상한 누가는 열 므나 비유를 동원하여 삭개오 사건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11절의 연속 구문: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있을 때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도 삭개오처럼 예수가 잃어버렸다가 찾은 사람임을 확증한다.
열 므나 비유에서 열 사람이 한 므나씩 받았다는 것은 누가의 보편성을 드러낸다. 유대인이라 하여 더 받고, 비유대인이라 하여 덜 받지 않았다. 누가의 보편 사상은 삭개오 이야기에서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10절)는 예수의 말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예수의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리고 열 므나 비유의 핵심은 주인의 명령인 장사다. 이득이 아니라 장사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주인의 평가 기준이다. 데오빌로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지점이다.
누가는 예수의 일화들이 데오빌로에게 낯설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실제 역사적 사건과 예수의 행적을 겹쳐보이도록 만든다. 삭개오가 죄인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과 예수가 그에게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선언하는 것은 로마사람 데오빌로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누가는 열 므나 비유에 실제 역사적 사건을 포갰다. 아르켈라오가 선친의 뒤를 이어 분봉왕이 될 때 사람들이 그를 반대한 것과 귀족의 왕위 수여를 반대하려고 사신을 파견한 것은 겹친다. 예루살렘 입성과 귀족의 귀환이 겹친다. 장사를 하지 않은 악한 종을 처벌하는 것과 예루살렘 입성 후 벌어지는 성전 청소(45-48절)가 겹친다.
누가는 데오빌로가 혹시라도 못 알아챌까봐, 열 므나 비유에 코멘트를 붙였다(11절). 누가는 데오빌로에게 예수가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렀고 곧 거기로 들어갈 것이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리고 누가는 당시 사람들이 당장 하나님의 나라가 나타날 줄로 생각했다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서 데오빌로도 뻔히 아는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이후 펼쳐질 십자가로 막을 내린 사건을 시간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써 설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