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장: 세 번의 하늘과 땅의 만남-엘리사벳과 마리아의 임신 그리고 누가의 문학적 기교
누가복음 1장: 세 번의 하늘과 땅의 만남-엘리사벳과 마리아의 임신 그리고 누가의 문학적 기교
13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사가랴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간구를 주님께서 들어 주셨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것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여라.
15 그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큰 인물이 될 것이다. 그는 포도주와 독한 술을 입에 대지 않을 것이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성령을 충만하게 받을 것이며,
28 천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그대에게 임하시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능력이 그대를 감싸 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한 분이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45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줄 믿은 여자는 행복합니다.
51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52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53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78 이것은 우리 하나님의 자비로운 심정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해를 하늘 높이 뜨게 하셔서,
79 어둠 속과 죽음의 그늘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게 하시고,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실 것이다."
누가의 관점에서 세례 요한과 예수의 임신과 탄생은 하늘과 땅의 만남 사건이다. 성령과 하나님의 전령 천사, 그리고 엘리사벳과 마리아가 만났다. 그녀들의 임신은 땅의 일만이 아니라 하늘(성령)이 개입된 잉태다. 누가는 하늘과 땅의 만남을 세 번 반복하는데, 첫째는 엘리사벳의 임신에서, 둘째는 마리아의 임신과 노래에서, 셋째는 사가랴의 예언에서다. 누가는 자신의 문학적 능력을 최대한 동원했다. 그의 선교 편지 수신자 데오빌로가 세 번 강조에 혹은 세 개의 덫에 걸려들 것이다.
그런데 하늘과 땅의 만남에서 터져나온 마리아 찬가는 실현되었는가? 그 노래의 가사대로 마음이 교만한 사람이 흩어지고, 제왕들이 왕좌에서 끌어내려지며, 비천한 사람이 높아지고, 주린 사람들이 배불러지며, 부한 사람들이 빈손이 되었는가? 마리아의 노래는 그녀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기도다. 누가는 마리아의 기도를 그녀의 배에서 나왔다고 하지 않고 성령의 감동에 의해 터져나왔다고 한다. 마리아의 기도가 곧 성령의 기도다. 여기서도 하늘 뜻과 땅의 신음이 만난다.
마리아가 땅의 신음을 들려준다면, 사가랴는 하늘의 응대를 소개한다. 그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의해 이스라엘의 지난 모든 예언이 예수에게서 실현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마리아 노래와 사가랴의 예언에서도 땅과 하늘은 만난다.
천사가 알려준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기구한 삶은 독자로 하여금 누가의 세 번 강조에서 감동과 동시에 한숨을 쉬게 만든다. 천사가 꿈에 나타난 것까지는 좋은데, 그들의 아들은 비명횡사 했다. 요한은 목 베임을 당해 죽었고, 예수는 십자가형을 받았다. 천사가 두 아기에 대해 주님이 보시기에 큰 인물이고 주님의 보살피는 손길을 받는다고 했는데, 땅에서는 피가 낭자했다. 그 옛날 아담과 이브의 아들 가인과 아벨의 피가 땅에 쏟아졌던 것은 땅의 피뿌림의 원죄다. 이 지독한 죄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하늘과 땅의 만남을 소개하는 누가는 앞으로 그것을 보여줄 것이다.
한편, 누가에게서 페미니스트적 분위기가 살짝 풍긴다. 남성 사가랴보다 여성 마리아의 신앙이 더 낫다. 사가랴는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해(하나님 메시지를 무시해서) 말을 못하게 되었는데,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부드럽게 수용한다. 결정타를 날리는 구절은 45절이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줄 믿은 여자는 행복합니다. 누가의 편지를 읽는 데오빌로는 아내의 말을 무시한 빌라도의 실책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