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8장: 기도자의 믿음보다 기도 자체의 고귀함

8장: 기도자의 믿음보다 기도 자체의 고귀함

10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놀랍게 여기셔서,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서 아무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26   예수께서 그들에게 "왜들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하고 말씀하시고 나서, 일어나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바다가 아주 잔잔해졌다.

마태복음 편집자는 산상복음을 마치고(5-7장) 8장부터 본격적으로 예수의 치유 사건을 소개한다. 8장에서 인상적인 사건은 백부장의 종의 병 고침과 풍랑 만난 제자들의 안전 확보이다. 이 두 사건을 통해 편집자는 세 가지를 말하려 한다. 첫째, 예수의 치유는 이방인과 유대인이라는 경계를 초월한다. 편집자는 오히려 이방인 백부장의 믿음을 유대인 제자보다 더 크게 보이게 만들었다. 하늘나라를 차지한 유대인이 쫓겨날 정도로 예수에게는 이방인과 유대인이라는 장벽이 무의미하다. 둘째, 편집자는 백부장의 종의 병이 나은 것과 제자들의 풍랑 만난 사건을 병치함으로써 기도(청원)자의 믿음보다 기도를 듣는 이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심스레 드러낸다. 우리는 흔히 기도의 응답을 기도자의 믿음과 관련시킨다. 그래서 궁지에 몰린 기도자들이 모인 기도원에서 어느 기도자가 기도 해도 치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을 기도와 믿음의 부족에서 이유를 찾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마태복음 8장을 건성으로 읽은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도자의 믿음이 적음은 지적 받아 마땅하나 그렇다고 응답 받지 못할 이유는 될 수 없다. 누구라서 사도 바울보다 더 큰 믿음을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그런 바울도 기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기도 응답은 기도자의 믿음보다 기도를 듣는 이의 의지에 달렸다. 셋째, 기도(청원)자의 믿음의 많고 적음보다 기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것은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이것은 기도 자체의 고귀함을 가리킨다. 자녀는 부모에게 우리 상식의 기도를 하지 않고 대화를 한다. 이것은 예수가 어린아이를 닮으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아이는 일상의 말이 곧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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