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14장: 예수와 헤롯의 대결 구도를 그리는 마태복음 편집자

마태복음14장: 예수와 헤롯의 대결 구도를 그리는 마태복음 편집자

1   그 무렵에 분봉 왕 헤롯이 예수의 소문을 듣고서, 자기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2   "이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다. 그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났다. 그 때문에 그가 이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13   예수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거기에서 배를 타고, 따로 외딴 곳으로 물러가셨다. 이 소문이 퍼지니, 무리가 여러 동네에서 몰려 나와서, 걸어서 예수를 따라왔다.

14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서, 큰 무리를 보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 가운데서 앓는 사람들을 고쳐 주셨다.
15   저녁때가 되니, 제자들이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그러니 무리를 헤쳐 보내어, 제각기 먹을 것을 사먹게,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16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러갈 필요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마태복음의 편집자가 마가의 자료를 참고하면서 오병이어 기적 사건 직전에 마가 자료와 다른 자료를 배치했다. 마가복음의 편집자는 오병이어 사건을 제자들의 전도활동 보고 뒤에 넣었고, 마태복음의 편집자는 세례 요한의 처형 소식 뒤에 배치했다. 마태복음 편집자는 예수가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롯에게 보란듯이 오병이어 기적을 일으키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헤롯이 예수를 자신이 죽인 세례 요한의 환생으로 생각해 두려워하고 있음을 편집자는 은근히 드러낸다. 마태복음의 편집자는 지금까지 예수가 바리새인과 서기관 등의 종교 권력에 대립하는 논쟁들을 배치하다가 헤롯을 등장시키며 정치 권력과의 대결로 확대한다. 사실 복음서들이 증거하는 예수는 종교와 정치 권력과 대립하다가 십자가에 달린다. 그만큼 예수의 활동은 종교 및 정치 권력에게 골칫거리를 넘어 위협으로 다가갔던 거다. 예수가 실제 그들과 대립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그분의 사역이 민심을 자극하니까 그들에게 위협적이었을까? 예수의 활동 대상은 주로 약자들이었다. 예수의 친구 대다수는 잔치를 베풀만한 부유한 자보다 가난한 자, 간음하다 걸린 자, 병자들이었다. 약자들과의 연대는 지배와 피지배의 구도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구도에는 약자들에 대한 적선 정도가 적합하다.  잠깐의 행복은 강자가 약자에게 주는 선물이어야 한다. 그것이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데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는 잠깐의 행복이 아닌 약자들과 친구가 됐다. 기득권자에게 예수는 본보기로 짓밟아줘야 하는 대상이 된 거다. 세례 요한이 동생의 아내를 빼앗은 헤롯에게 지적질 했다. 그 이유로 헤롯이 세례 요한의 목을 베었다고 생각한다면, 헤롯을 정치 감각이 전혀 없는 분봉왕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헤롯은 자신이 받아야 할 민심이 세례 요한에게로 향하니까 그를 죽였다. 예수가 정치꾼 헤롯을 여우라고 부른 사실을 잊지 말자. 이제 그런 헤롯에게 적절한 대응은 보란듯이 기적을 일으키는 거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 세례 요한도 예수도 죽지 않는다.그러나 세례 요한과 예수는 정치꾼 헤롯에게 민심의 카드를 내밀었다. 그들은 죽기로 작정했다. 예나 지금이나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지만, 하늘은 야속하게도 민심을 얻은 자를 죽였다. 오병이어 사건을 여러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마태복음 편집자는 예수와 헤롯의 대결 구도를 품고 오병이어 사건 직전에 헤롯의 세례 요한 처형 소식을 예수가 듣도록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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