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에 오지 않은 제자 (눅 14:15-27)
15함께 먹는 사람 중의 하나가 이 말을 듣고 이르되 무릇 하나님의 나라에서 떡을 먹는 자는 복되도다 하니 16이르시되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을 청하였더니 17잔치할 시각에 그 청하였던 자들에게 종을 보내어 이르되 오소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나이다 하매 18다 일치하게 사양하여 한 사람은 이르되 나는 밭을 샀으매 아무래도 나가 보아야 하겠으니 청컨대 나를 양해하도록 하라 하고 19또 한 사람은 이르되 나는 소 다섯 겨리를 샀으매 시험하러 가니 청컨대 나를 양해하도록 하라 하고 20또 한 사람은 이르되 나는 장가 들었으니 그러므로 가지 못하겠노라 하는지라 21종이 돌아와 주인에게 그대로 고하니 이에 집 주인이 노하여 그 종에게 이르되 빨리 시내의 거리와 골목으로 나가서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맹인들과 저는 자들을 데려오라 하니라 22종이 이르되 주인이여 명하신 대로 하였으되 아직도 자리가 있나이다 23주인이 종에게 이르되 길과 산울타리 가로 나가서 사람을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라 24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전에 청하였던 그 사람들은 하나도 내 잔치를 맛보지 못하리라 하였다 하시니라 25수많은 무리가 함께 갈새 예수께서 돌이키사 이르시되 26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 27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잔치 초대 비유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들어야 할 말씀이다.
밭과 소를 사고 결혼하는 데 마음을 뺏긴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도리어 예수님의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예수님은 ‘밭도 소도 결혼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부를 때는 그것들을 내려놓고 당신께 달려오라’고 말씀한다.
그것이 예수님의 제자가 져야 할 일상의 십자가이다.
일상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 예수님의 진실한 제자이다.
본문의 정황
본문의 주제는 예수님의 초대입니다. 예수님이 어느 바리새인의 집에 식사초대를 받으셨습니다. 거기에서 예수님은 병자도 고치고 겸손을 말씀하십니다(눅 14:11). 예수님은 어차피 잔치를 마련했다면 그 자리에 가난한 사람들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초대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들이 비록 곤핍한 사정 때문에 당장 갚을 수 없을지라도 마지막 날에 그 모든 것을 보신 하나님이 반드시 갚는다고 예수님은 강조하십니다(눅 14:12이하). 마침 예수님의 곁에 있던 어떤 이가 하나님의 나라에서 떡 먹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크게 외칩니다(15). 이 말을 들은 예수님이 본문의 비유를 말씀합니다.
초대받은 세 그룹
하나님의 나라에서 떡을 먹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비유에는 떡 먹는 그룹이 세 부류로 나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잔치에 정식으로 초대받은 그룹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밭 산 사람과 소 산 사람,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입니다. 둘째 그룹은 가난한 사람과 몸 불편한 사람, 즉 약자와 소외당하던 사람들입니다. 셋째는 길 가는 사람으로서 첫째와 둘째 그룹에 속하지 않은 누구나 이 그룹에 포함됩니다.
본문의 앞장과 뒷장을 살펴보면 각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욱 자세히 드러납니다. 주인이 정식으로 초대했던 그룹은 당연히 주인과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식사에 초대한 바리새인도 첫 번째 그룹에 속합니다. 또한 선지자를 죽음에로 내몰았다며 예수님이 한탄하신 예루살렘도 거기에 속하고,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도 속합니다. 두 번째 그룹에는 18년 동안이나 가슴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살다가 예수께 고침을 받은 여인이 속합니다. 누가복음 14장에 나오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몸이 퉁퉁 불어 있던 수종병자도 두 번째 그룹에 속합니다. 세 번째 그룹은 첫째와 둘째 그룹에도 들지 못하는 나머지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모든 세리와 죄인이 세 번째 그룹에 속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 그룹이라고 생각하면 24절이 우리를 부담스럽게 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전에 청하였던 그 사람들은 하나도 내 잔치를 맛보지 못하리라 하였다 하시니라” 예수님이 초대를 거절한 첫 번째 그룹에게 내 잔치를 맛보지 못한다고 하시기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첫째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천국 잔치에서 탈락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둘째나 셋째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하니 잔치에 먼저 초대 받지 못했거나, 거기에 억지로 끌려 나온 우리의 모습이 초라해 보입니다.
예수님의 비유를 들어야할 첫째 그룹
예수님은 어느 그룹에게 잔치 초대 비유를 말씀하셨을까요? 예수님은 본문의 비유를 첫째 그룹 사람들이 듣기를 원하십니다. 잔치 초대의 결과를 보면 둘째와 셋째 그룹이 잔칫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비유를 더욱 세밀히 살피면, 둘째와 셋째는 무조건 잔치에 참석하게 되어 떡 먹는 그룹입니다. 정식으로 초대받았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참석해야 할 그룹인데도 잔치에 오지 않은 첫째 그룹이 골칫거리입니다. 예수님은 잔치를 마련하고 누구에게나 떡 먹이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 나라에서 떡을 먹는 자는 복되다”라는 본문 15절의 말씀은 진리입니다. 떡을 먹느냐 안 먹느냐가 문제라면, 떡 안 먹겠다는 그룹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첫째 그룹은 주님이 정식으로 초대한 그룹입니다. 그들은 주님과 가깝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잘 압니다. 잔치에는 가족이나 이웃을 초대합니다. 잔치에 전혀 모르는 사람을 초대할 일은 드뭅니다. 결혼식이라고 청첩장을 보냈는데 친척들이 오지 않습니다. 부고를 알렸는데도 반드시 와야 할 사람이 안 옵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누구보다도 먼저 와서 함께 기뻐하고 슬픔을 나눠야 할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첫째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부모에게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자식)이 없다고 합니다. 첫째 그룹의 사람들은 예수님에게도 아픈 손가락들입니다. 예수님은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만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만 하는 사람들, 한마디로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인 사람들에게 본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 예수님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십시오. 그들은 밭과 소를 사고 결혼도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그들은 주님의 부름에 선뜻 응답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본문의 비유를 말씀하시고 나서 당신을 따르는 자들의 모습과 자격을 그림을 그리듯 말씀하십니다.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26-27)
히브리어나 예수님이 일상에서 쓰시던 아람어에는 비교급이 없습니다. 본문은 단정적이고 강한 느낌의 ‘미워한다’라는 단어를 사용해 목숨도 미워하라고 합니다만, 본문을 보다 정확하게는 이렇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한다.
십자가는 무겁고 멀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짊어지라고 하는 십자가는 나의 일상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표현대로 말하면 십자가는 밭 사고 소를 사고 결혼하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은 밭과 소를 사고 결혼도 해야 하는 내게 당신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며 일상을 살라고 말씀합니다. 제자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럴 때만 제자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본문의 비유를 통해 첫째 그룹인 당신의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