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미하엘 벨커, 바울의 천재성과 학제간 인간론에의 공헌

미하엘 벨커는 바울의 인간학의 어떤 점을 천재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는가?

내가 이렇게 실마리를 잡은 것은 아마 벨커 교수는 자신이 발견한 바울의 천재성이라 일컬을 수 있는 어떤 개념이나 주제가 바울 시대를 넘어 오늘날 인간론의 학제간 연구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임을 밝혔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벨커는 바울이 영육 이원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하는 연구를 비평한다. 물론 성서에 나오는 바울의 표현이 일면 영육 이원론을 주장하는듯 보이나, 결코 육체나 영 어느 한 쪽에도 기울지 않는다. 오히려 바울은 <몸>(soma)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몸은 육체(sarx)와 전혀 다른 역동성을 지니며, 다양한 영혼적-정신적 능력들의 제어를 받는다. 바울은 “몸 안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주목한다(계시의 담지자, 성만찬 등등). 영의 권세가 몸의 지체들의 활동을 일으키며, 믿는 자들을 그리스도의 몸과 연합시킨다.

벨커는 그렇다고 몸 개념을 육신과 혼(psyche)의 결합체로 이해하는 것을 조심하자고 경계한다. 만약 성령의 역사와 혼을 구분하지 않으면 인간 생명에 있어서 영적 및 신학적 차원의 혼동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울이 혼을 인간의 몸과 정신의 단일체라고 암호처럼 표현은 하고 있지만, 그것이 구원론적 규모를 가지는 것은 아님을 벨커는 단호하게 주장한다.

벨커가 보기에, 바울은 혼 보다는 <마음>(kardia)과 <양심>(syneidesis)을 주목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속에 믿음을 일깨우며, 하나님이 인간의 마음 속에 빛을 비추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심은 영의 능력이 현시되는 장소이자 자기판단의 역동적이면서 불안정하고 민감한 공개토론장이다. 바로 이 마음과 양심의 개념(주제)에서 신학이 심리학, 철학, 그리고 사회인류학과 대화할 수 있다고 벨커는 내다보았다.

내 생각에, 바울이 육이나 영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의 철학적 사조를 피했으며, <몸>이라는 새로운 개념 -특히 그리스도의 몸을 설명하며- 을 제시하는 점에서 그의 기발함이 나타났고, 몸을 단순히 육신과 영혼의 결합체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천재성이 드러났다. 몸을 가진 인간은 마음과 양심을 지닌다. 여기에 성령이 개입/역사한다. 이것이 벨커가 보는 몸의 구원론적 규모인 듯하다.

남은 질문: 하나님 영과의 접촉점이 사람의 마음과 양심인가? 사람의 마음과 양심에 하나님 영만 역사하는가? 거기에 악령도 역사하지 않는가? 마음과 양심은 가치중립적일 수 있는가? 

- 벨커가 한국에 와서 강연한 논문들이 책으로 나왔다.  <오늘의 신학적 주제에 대한 다각적 성서적 탐구>, (서울: 동연, 2015). 해당 논문: 7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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