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57편. 하나님의 자존성과 관계성

8절: 내 영혼아, 깨어나라. 거문고야, 수금아, 깨어나라. 내가 새벽을 깨우련다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동굴로 숨으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자동반사적으로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요청한다. 그런데 그의 기도 분위기가 중반 이후부터 바뀐다. 마침내 그는 ‘새벽을 흔들어 깨우겠다’면서 매우 단호하게 기도한다. 동이 터 오는 새벽이 구원의 빛을 상징한다면, 다윗은 물러서지 않고, 체념하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을 쟁취하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대체 무엇이 그의 기도를 바꾸어 놓았는가?

이해의 실마리는 5절이다: “하나님, 하늘 높이 높임을 받으시고, 주님의 영광을 온 땅 위에 떨치십시오.” 성서가 가리키는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과 관계를 맺는다. 창세기의 첫 장은 그 관계성을 세팅하고 있다. ‘하나님의 자존성’은 사람과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하나님을 규정하는 고백적, 칭송적 용어이다. ‘하나님과 사람’이라는 표현 자체가 각각의 자존성(aseity)보다는 서로 얽힌 관계성을 의미한다. 사람과 무관한 하나님의 자존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윗은 ‘하나님과 사람의 얽힘’을 제시하며 ‘새벽을 반드시 깨우겠다’고 기도했다. 하나님의 자존성은 구원받은 다윗의 찬송을 통해 고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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