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53: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단독자

6절: 하나님, 시온에서 나오셔서,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그들의 땅으로 되돌려보내실 때에, 야곱은 기뻐하고, 이스라엘은 즐거워할 것이다.

시편의 시인 대다수는 자기 대적자를 하나님께 고발하는데, 53편 시인의 대적자는 자기 자신이다. 시인은 ‘하나님이 없다’ 하는 어리석은 자를 제3의 인물로 표현하다가 마지막 절에서 하나님께 자신의 구원을 청원한다. 시인은 이사야 선지자처럼 ‘화로다, 망하게 되었도다’(사 6:5)라고 읊조리고, 사도 바울처럼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고 토로한다(롬 7:14f.).

53편과 14편은 쌍둥이로서 같은 내용이다. 그런데 시편 편집자는 이 동일함을 몰랐을까?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왜 하나를 빼지 않았을까? 나처럼 편집자도 시인의 ‘자기 성찰’ 내지 ‘자기 죄 고백’의 확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두 시편이 같은 내용이나 시인 각자의 성찰의 의미는 고유하다. 두 시인 모두 각자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시인은 자신이 죄 고백할 힘이 없는 존재임을 잘 안다. 그 힘은 철저히 외부로부터 주어졌다. 하나님의 징계를 통해서인가? 궁극적으로 시인의 자각은 하나님의 신실한(한결같은) 은혜를 통해서 주어졌다. 세찬 폭풍우는 신사의 겉옷을 벗겨내지 못한다. 따스한 햇빛이 그의 겉옷을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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