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45편 ‘너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느냐?’
6절: 오 하나님, 하나님의 보좌는 영원무궁토록 견고할 것입니다. 주님의 통치는 정의의 통치입니다.
시편 45편은 군왕 시편으로서 왕의 결혼식이나 전례 때 부른 노래일 것이다. 왕을 위한 노래이기에 왕을 데코레이션하여 한껏 추켜세운다. 이 노래를 장식하고 있는 각종 장식품을 제거할 때, 이 시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왕이 하나님을 대리하기를 바란다. 왕은 세속의 현실에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하나님의 정의로운 통치가 왕과 그의 후손을 통해 견고히 그리고 영원히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편 45편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현실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표현한다. 하나님의 통치를 피부로 느끼고 싶은 이들의 찬송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편은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그분을 대리하는 왕의 현실을 세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하나님 찬양이 자칫 우상숭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신앙과 우상숭배는 세속에서 동전의 앞뒷면처럼 붙어 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선하고 정의로우셔야 하는데, 왕이 수행하는 모든 일이 선하고 정의롭다고 하면 안 된다. 이런 착각과 오해는 왕뿐만 아니라 각 개인에게도 해당된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십자가도 우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성서는 ‘마음의 방향’을 중시한다. 하나님은 선악과를 먹은 아담을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부른다. 하나님은 ‘네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를 물으셨던 것이다. 아담의 각성을 촉구하는 질문이다.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의 역사가 실선이라면, 그 선 위에 한 점으로 찍힐 뿐인 개인에게 하나님은 ‘네 마음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시편 45편이 세속 왕의 결혼 축가라면, 성서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왕뿐만 아니라 축가를 부르는 이들 모두에게 ‘너의 마음이 어디 있느냐?’고 질문하며 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면, 이 시는 충분히 성서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