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41: 하나님을 향한 요구

4절: 내가 드릴 말씀은 이것입니다. "주님,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나를 고쳐 주십시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12절: 주님께서 나를 온전하게(무죄함으로) 지켜주시고 나를 주님 앞에 길이 세워 주십시오.

병의 원인으로 죄 개념은 그 역사가 오래 됐다.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든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원인과 결과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죄는 다윗에게 드러난 질병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그는 회개한다. 그러나 12절에서 다윗은 자신의 무죄를 항변한다. 12절은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그것은 ‘온전’과 ‘무죄’이다. 성서 번역자들 사이에서 해석이 갈린다. 4절과 12절은 서로 대립된다. 다윗의 기도는 하나인데 그 속에 회개와 무죄 항변이 동시에 들어 있다.

다윗은 자신의 기도가 ‘회개와 무죄’가 빚는 모순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윗에겐 하나님께 기도하며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뻔뻔함은 없다. 누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무죄함을 항변할 수 있는가?

다윗은 자신의 병 치유를 두고 기도한다. 진실로 질병이 범죄의 결과라면, 치유를 위해 회개가 필요하다. 완전한 치유는 온전한 회개일 것이고, 그것은 무죄한 상태여야 한다. 다윗은 하나님께 무죄 선언을 듣고 싶다. 그럴 때만 그가 온전하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죄인이 스스로 무죄를 선언한다고 하여 그가 온전하게 될까? 하나님이 그를 품으셔야 한다. 하나님이 죄인을 품어주심, 이것이 바로 다윗의 항변이다.

결과적으로 다윗의 기도는 수미일관하다. 오히려 그는 하나님께 무죄 선언을 요구한다. 그가 하나님의 품에 안기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마태복음은 하나님의 품을 하나님의 나라로 비유한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해 왔다. 그리고 폭행을 쓰는 사람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 11:12) 예수님은 세례 요한 때부터 라고 말씀하셨으나, 거슬러 올라가면 구약의 다윗도 하나님을 폭행했다. 하나님의 무죄 선언, 곧 품어주심을 간절히 소망함을 마태복음은 ‘폭행’이라고 표현했다. 다윗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죄인임을 잘 안다. 그러므로 그의 기도는 모순된 기도가 아니라, 간절하게 그리고 거칠게 하나님의 품을 파고드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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