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37 : 주님 신뢰

3-5절: 주님만 의지하고, 선을 행하여라.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성실히 살아라. 네 즐거움을 야훼에게서 찾아라. 네 마음의 소원을 들어주시리라. 네 갈 길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만 의지하여라. 주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시편 37편은 다윗의 유언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시편의 각 연은 히브리어 자음 순서를 따른다. 다시 말해서 이 시편은 다윗이 평생 동안(A부터 Z까지) 기도하고 찬송한 모든 것이다. 그래서 이 시편은 다윗이 후대에게 주는 마지막 말처럼 들린다.

다윗의 모든 언어, 즉 그의 평생의 기도와 찬양은 ‘주님 신뢰’로 집중된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 시편에서 간편하게 ‘주님 신뢰’ 키워드를 덥석 쥐면 안 된다. ‘주님 신뢰’가 다윗의 유언과도 같아서 소중하지만, 그것을 쉽고 편하게 우리 손에 쥐어서는 안 된다. 다윗의 일생 동안의 기도와 찬양은 단순하고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윗의 ‘주님 신뢰’는 그의 숱한 좌절과 절망, 스멀스멀 그를 타고 오른 오만의 덩쿨, 소박한 기쁨과 행복을 담고 있다.

인간 다윗은 ‘주님을 신뢰할 수 있는가?’ 다윗은 편하게 ‘yes’ 하지 못한다. 그는 인간성의 최저와 최고를 모두 안다. 그러므로 ‘주님 신뢰’는 다윗의 소망을 담은 기도로 바뀐다. 그래서 시편 37편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내뱉는 다윗의 기도다. 인간 본성의 악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주님만 신뢰하기를 소망하니 나를 도우소서.’라는 기도 속에서 다윗과 하나가 된다.

다윗의 기도는 성취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주님만 의지하고, 야훼에게서 즐거움을 찾고, 주님께 나의 길을 맡기는 것이 나의 소원을 성취하고, 나의 길을 평탄한 길이 되도록 만드는 조건이 될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을 그런 조건들로써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조건을 붙인 기도,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눈을 가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기도를 수없이 했다. 그러한 우리의 기도에도 하나님은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으로 응답하셨다. 다윗은 자신의 생애를 통해 이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에게는 ‘주님 신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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