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5: 다윗의 기도 수준

8절: 주님, 나를 대적하는 원수를 보시고, 주님의 공의로 나를 인도하여 주십시오. 내 앞에 주님의 길을 환히 열어 주십시오.


이 시편은 다윗이 자기 대적을 막아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인데, 펼쳐진 장면은 일차적인 전제일 뿐이다. 다윗의 기도가 자신의 위급한 상황 타개만을 다룬다면, 그의 기도를 실은 성서는 무슨 유익을 바랄 수 있겠는가. 하나님 시각에서 다윗과 그의 대적을 바라본다면, 하나님은 누구의 손을 들어야 하는가. 하나님이 공의를 베푸신다면 누가 그 혜택을 입어야 하는가. 하나님이라면 다윗뿐만 아니라 다윗의 대적에게도 치우침 없는 의, 즉 공의를 베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윗도 그의 대적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하려면 하나님은 어떻게 하셔야 하는가? 하나님의 공의가 공기처럼 덮고 있다는 천국은 독사굴에 어린아이가 손을 넣고 장난친다고 한다. 독사가 어린아이 손을 물었다 하여 이 독사 새끼들이라고 하면서 다 죽여버리면 당장 어린아이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독사굴에 어린아이가 손넣는 천국은 포기해야 한다. 물론 대적의 칼을 막아달라는 게 다윗의 일차적 기도이겠지만, 다윗 자신은 물론이고 대적도 살 수 있는 하나님의 공의를 추구할 때, 그러니까 하나님의 공의를 하나님 대접하듯 그 수준을 높일 때, 다윗의 기도가 성서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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