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1 : 천국 열쇠

7절: 왕이 오직 주님을 의지하고, 가장 높으신 분의 사랑에 잇닿아 있으므로,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9절: 임금님께서 나타나실 때에, 원수들을 불구덩이 속에 던지실 것입니다. 주님께서도 진노하셔서 그들을 불태우시고 불이 그들을 삼키게 하실 것입니다.

주기도문은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대체로 하늘과 땅을 공간적으로 이해하여 수직적으로 그린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구도에 가치를 부여하여 땅보다 하늘이 더 좋고, 선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마태복음 16장과 18장에서 주기도와는 반대 방향인 땅에서 매면 하늘도 매이는 것도 말씀하셨다. 베드로가 예수께 ‘주는 그리스도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예수님은 그에게 천국 열쇠를 주셨다. 이 열쇠는 땅에서 매면 하늘도 맬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천국 열쇠를 한 번 더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하실 때의 주제는 ‘용서’였다. 예수가 누구인지를 고백하고 서로 용서하고 살면, 땅에서 천국 열쇠가 작동한다. 

시편 20편과 21편에도 천국 열쇠처럼 보이는 구절이 있다. 왕이 원수들을 불구덩이 속에 던지면 하늘의 주께서도 진노하셔서 그들을 불태운다. 그렇다면, 왕은 하늘의 주님을 움직일 수 있는가? 조건이 있다. 왕이 오직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

예수 정체 바로 알기, 용서, 그리고 하나님만 의지, 이 세 가지가 땅에서 작동하는 천국 열쇠이다. 우선 예수 정체 바로 알기는 예수님이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람으로부터의 인지와 인식 가능성을 끊으셨다. 용서는 그 프로세스를 돌려보면 결과값이 불가능으로 도출된다. 마지막으로 주만 의지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만고불변의 파랑새 아니던가. 예수님이 베드로의 말에 감동을 받아 칭찬을 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하늘이 알려준 것이라고 굳이 초를 치신 것은 이유가 있다. 예수님은 사람이 하늘을 알아봐주지 못할까봐 강조하려고 초를 치신 것은 아니고, 하늘의 포용력, 하늘의 자신감을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비록 예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해도, 용서하며 사는 데 자꾸만 미끄러져도, 한평생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사는 데 낙제 해도, 하늘은 천국 열쇠를 준다는 넉넉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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