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3장: 번제의 디딤돌 위에 세워진 화목의 식탁


화목제(Shelamim)는 구약의 제사 중 유일하게 드리는 자가 제물의 고기를 이웃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잔치다. 이는 하나님과의 온전한 수직적 관계가 마침내 인간 세상의 수평적 친교로 막힘없이 흘러넘치는 생생한 현장이다. 이 제사는 훗날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유기적 통일성의 제의적 원형이며, 영혼의 잘됨과 범사의 평화가 결코 나누어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샬롬의 실재다. 하지만 이 평화의 잔치는 제단 위의 엄격한 순서와 약속 속에서만 비로소 기쁨이 된다. 화목제물은 단독으로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아침마다 제단에서 드려진 번제물 위에 얹어져서 태워져야 한다.



번제(Olah)가 의미하는 완전한 자기부정과 대속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채 드려지는 화목제는 자칫 하나님과의 관계를 볼모로 삼는 인간적인 사교 잔치나 사리사욕의 번영회로 전락하기 쉽다. 온전한 굴복과 용서의 기초가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참된 나눔의 식탁이 열리는 법이다. 또한 제물에서 가장 가치 있고 탐나는 기름기를 인간이 탐하지 않고 먼저 하나님께 온전히 불살라 드리는 규례는 참된 범사의 형통이 우리의 욕망을 우상화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기꺼이 양도하는 포기에서 시작됨을 묵상하게 한다. 든든한 번제의 디딤돌 위에 올려진 화목제의 연기 속에서만 우리의 영혼과 일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참된 향기로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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