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30장: 거룩의 방향성

출애굽기 30장: 거룩의 방향성

"거기에 닿는 모든 것이 거룩하게 될 것이다." (출애굽기 30:29)

하나님은 가난하지 않으시다. 그분께는 향기로운 냄새도, 값비싼 기름도, 심지어 우리의 목숨 값인 반 세겔의 은도 필요치 않으시다. 그러나 출애굽기 30장은 이 모든 물질들에 '거룩'이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달아 회막으로 가져오라고 명한다. 왜 하나님은 인간의 생존 필수품인 이 물건들을 탐내시는가?

거룩(Kadosh)은 물질의 화학적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흐르는 '방향'이다. 향품과 기름이 자기를 치장하고 과시하는 데 쓰일 때 그것은 사치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이 지시하신 곳, 즉 '회막'을 향할 때 비로소 거룩한 성물이 된다. 오늘날의 회막은 어디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그 장소를 명확히 지목하셨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출애굽기의 정교한 레시피는 제의적 연금술이 아니라, 사랑의 분배 공식이다. 반 세겔이 없어 생존을 위협받는 이에게 속전이 되어 주는 것, 악취 나는 삶의 자리에 존엄이라는 향기를 입혀주는 것, 상처 입은 영혼에 치유의 기름을 붓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제사장들에게 요구하신 '씻음'이자 '기름 부음'이다.

이 나눔이 멈춘 성소는 위험하다. 제사장이 손발을 씻지 않고 성소에 들어가면 죽임을 당하듯, 이웃을 향한 구체적인 공급이 차단된 교회는 겉으로는 살아 있는 듯하나 실상은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우리가 드리는 예물이 '고르반'이라는 핑계로 이웃의 필요를 외면하는 수단이 될 때, 우리는 거룩을 가장한 죽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물과 기름과 향기는 흘러야 한다. 그것이 닿는 곳마다 거룩해지리라는 약속(29절)은 오직 사랑으로 흐를 때에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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