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9장: 희생, 거룩, 그리고 소망

출애굽기 29장: 희생, 거룩, 그리고 소망

"내가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머물면서 그들의 하나님이 되겠다." (출애굽기 29:45)

출애굽기 29장은 제사장 위임식을 다룬다. 아론의 머리에 관을 씌우고, 그 관 위에 야훼께 성결(קֹדֶשׁ לַיהוָה)이라 새긴 성직패를 붙인다(6절). 이 성직패에는 이중의 방향이 담겨 있다. 하나님을 향해서는 "이 사람은 당신께 속한 자입니다"라는 헌신의 고백이고, 인간을 향해서는 "이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돌보심이 너희에게 임한다"는 중재의 선언이다.

그러나 제단은 다른 방식으로 거룩해진다. 제단은 이레 동안 날마다 수송아지 한 마리의 속죄제물을 받아야 한다(36-37절). 제사장은 기름부음으로, 제단은 피 흘림으로, 방법은 다르나 그 공통분모는 희생이다. 히브리어 כָּפַר(kipper, 속하다)의 원래 의미는 "덮다"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허물을 당신의 희생으로 덮으신다. 바울은 이 덮음의 논리를 칭의(Justification)로 읽어냈다: "믿음이 의로 여겨졌다(λογίζομαι)"(롬 4:3). 레위기적 제의는 복음의 원형이다.

42-43절은 이 모든 제의의 목적을 선언한다: "내가 거기에서 너희를 만날 것이고... 거기에서 나의 영광을 나타내어 그 곳이 거룩한 곳이 되게 하겠다."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는 희생하는 곳이다.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시간은 희생이 발생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45절의 약속은 단wl 장소적 임재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영원히 희생하시겠다는 약속이다. 희생의 끝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호혜적 계약도 아니다. 희생의 끝은 오직 하나님의 의지적 관철이다. 하나님이 희생하시기로 작정하셨기 때문에, 그 희생은 중단되지 않는다. 그래서 희생은 은혜이다.

인간 편에서는 어떠한가? 응답하는 자에게도, 거부하는 자에게도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경계가 없다. 이것이 "성서의 거룩한 양가성"이다. 저 높은 곳에서 땅 위의 인간을 바라보면, 모든 사람은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로 그 도토리 키재기 하는 점들 사이에 머무시겠다 하신다. 우리의 실패가 그 약속을 취소하지 못한다. 씁쓸함은 남는다. 그러나 그 씁쓸함조차 하나님의 희생 안에 이미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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