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7장: 꺼지지 않는 등불, 깨어있는 중보자

출애굽기 27장: 꺼지지 않는 등불, 깨어있는 중보자

"저녁부터 아침까지 주 앞에서 꺼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출애굽기 27:21)

성막의 뜰을 만드는 규례 뒤에, 갑자기 등불에 관한 명령이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장 순수한 기름, 즉 '올리브를 찧어서 짜낸 깨끗한 기름'을 가져오게 하십니다. 그리고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명령하십니다. "이 등불을 늘 켜 두어라."

등불은 '휘장 밖, 증거궤 앞'이라는 절묘한 좌표에 위치합니다. 이곳은 하나님의 보좌(지성소)와 제사장의 일터(성소)가 만나는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입니다. 이 불빛은 우리에게 이중적 질문을 던집니다. "빛 그 자체이신 하나님께 또 다른 빛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이 빛은 단지 깜깜한 성소를 밝히기 위한 횃불일까요?" 이 등불은 어둠 속에서 인간의 필요(Guidance)와 하나님의 영광(Glory)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성경은 이를 '주 앞에서(Coram Deo)' 끊어지지 않아야 할 중보의 불꽃으로 규정하며 이분법을 넘어섭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제(제사장)의 본질적인 위치를 발견합니다. 예배학적으로 이는 두 가지 방향성을 동시에 가집니다. 하나는 '아드 오리엔템(Ad Orientem, 동쪽을 향하여)'입니다. 사제가 회중을 대표해 등불을 들고 하나님(언약궤)을 향해 서는 중보의 자세입니다. 다른 하나는 '베르수스 포풀룸(Versus Populum, 회중을 향하여)'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빛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회중을 섬기는 자세입니다.

등불은 바로 이 긴장 속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하여는 타오르는 '예배'가 되고, 사람을 향하여는 길을 비추는 '인도'가 됩니다. 이 등불을 켜기 위해 올리브는 으깨지고 짓이겨져야 했습니다(beatend oil). 자기를 깨뜨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막의 등불이자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거룩한 소모'입니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세상이 영적인 어둠에 잠겨 있는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깨어서 이 중보의 불을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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