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3장: 안식일, 신과 인간이 만나는 혁명의 시공간
출애굽기 23장: 안식일, 신과 인간이 만나는 혁명의 시공간
"나의 이름이 그와 함께 있으므로, 그가 너희의 반역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출애굽기 23:21, 새번역)
약자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휴머니즘이 아닙니다. 그것은 십계명의 제1-3계명(하나님 사랑)을 지금 여기로 현재화하는 가장 강력한 신앙(신학)적 행위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보이는 이웃을 향한 정의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그 신앙은 공허한 관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하시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존재론적으로 일치시키셨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계급이 차별로 굳어지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 차별이 유지된 채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순을 타파하는 것, 이것이 5-10계명의 정신이자 곧 약자 보호법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수직적 신앙(1-3계명)과 수평적 윤리(5-10계명)가 폭발적으로 만나는 시공간적 특이점이 바로 안식일(제4계명)입니다. 안식일은 모든 생산과 소비, 지배와 피지배가 멈추는 시간입니다. 주인도 쉬고 종도 쉬며 짐승까지도 쉬는 이 혁명적 시간 속에서 비로소 인간은 계급장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본연의 신분을 회복합니다. 안식일이 무너지면 신앙은 이데아로 도피하고, 윤리는 율법주의로 전락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절망을 봅니다. 출애굽 광야 시절이나, 바벨론 포로 귀환 시절이나, 그리고 오늘날이나 인간의 DNA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약자를 짓밟고, 지도자를 거역하며, 끊임없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인간 죄성의 항상성(Constant)은 지독합니다. 수천 년의 시간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복음이 빛납니다. 인간 멸종의 그날까지 계속될 이 지독한 죄의 항상성을 덮으시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신실하심(Faithfulness)'뿐입니다. 인간은 변하지 않으나, 하나님도 변하지 않으십니다. 아니,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죄보다 더 끈질깁니다. 이 긴장, 죄인인 동시에 의인일 수밖에 없는 이 긴장을 품어 안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오늘도 우리 역사를 지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