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0장: 배신하는 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편무적 서약
출애굽기 20장: 배신하는 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편무적 서약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지켜라." (출애굽기 20:8, 새번역)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십계명을 주신 시점은 출애굽 후 약 1년이 지난 때입니다. 이 1년은 낭만적인 허니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원망과 달램, 배신과 용서가 지루하게 반복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영적 기억력은 최저치를 기록했고, 은혜는 돌아서면 잊혀졌습니다.
배신이 극에 달해 관계의 지속 가능성이 의문시될 바로 그 즈음에,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법을 수여하십니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잘 지킨 자에게 주는 상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희가 또다시 나를 배신할지라도,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겠다"는, 하나님 편에서 먼저 내미는 비장한 서약서에 가깝습니다.
본래 계약은 쌍무적(Bilateral)이어야 합니다. "너희가 내 말을 잘 들으면 내 백성이 되리라"(출 19:5)는 조건은 공정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역사는 이 쌍무적 계약을 지킬 능력이 인간에게 없음을 증명합니다. 만약 십계명이 철저한 쌍무 계약이었다면, 이스라엘은 금송아지 앞에서 진멸되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깨어진 돌판을 다시 새겨 주심으로써 이 계약을 당신의 일방적인 사랑(Hesed)에 근거한 편무적(Unilateral) 언약으로 전회(Turning)시키십니다. 십계명은 하나님이 스스로를 우리에게 묶어버리시는(Self-binding) '거룩한 족쇄'입니다.
이 편무적 은혜의 정점에 제4계명, 안식일이 있습니다. 십계명의 구조상 하나님 사랑(1-3)과 이웃과 자연 사랑(5-10)이 만나는 한복판에 안식일이 놓여 있습니다. 인과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쉼은 '노동의 대가(Reward)'입니다. 일하지 않은 자는 쉴 자격도 먹을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서 안식은 '조건 없는 선물(Gift)'입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지키라는 명령은 단순히 쉬라는 복지 정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주 멈춰 서서(Shabat), 나의 생존이 나의 땀방울이 아니라 하나님의 한결같은 은혜에 달려 있음을 처절하게 기억하라는 명령입니다. 배신을 밥 먹듯 하는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그분의 성실하심을 기억하는 시간, 이것이 성서가 말하는 안식입니다. 안식은 창조의 완성이자, 우리가 돌아갈 종말의 집입니다. 우리는 그 시간의 성소 안에서만 비로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