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포효, 그 소리의 근원을 묻다 (아모스 1장)
사자의 포효, 그 소리의 근원을 묻다
아모스 1장
2 아모스가 선포하였다. "주님께서 시온에서 부르짖으시며 예루살렘에서 큰소리로 외치시니, 목자의 초장이 시들고 갈멜 산 꼭대기가 마른다."
1. 정글숲에서 만난 하나님: 인간을 닮은 신인가?
성서를 읽는 것은 마치 길 없는 정글숲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무성한 풀과 나뭇가지들이 좁은 길을 뒤덮고 있어, 우리는 말씀을 더듬어 가며 조심스럽게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합니다. 아모스 1장에서 처음 만나는 하나님은 인간사에 깊이 개입하여 상과 벌을 내리는 모습입니다. 다메섹의 죄, 가사의 죄, 두로의 죄를 일일이 거론하며 심판을 선포하시는 모습은 마치 인간 세상의 강력한 왕이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첫 번째 질문과 마주합니다. 이것이 혹 '인간사가 하나님에게로 투사(Projection)된' 모습은 아닐까? 인간이 이해하는 인과응보와 상벌의 구조를 신에게 덧씌워 우리의 소망과 정의감을 신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거스를 수 없는 권위에서 오는 장엄한 공포의 심판 선언은 결국 인간의 목소리를 증폭시킨 메아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2. 소리의 방향: 인간의 메아리인가, 하늘의 포효인가?
그러나 아모스는 자신의 선포가 인간의 분석이나 신앙적 해석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그는 반복해서 외칩니다. "나 주가 선고한다(כֹּה אָמַר יְהוָה, 코 아마르 야훼)". 이것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자신을 보내신 분의 말씀을 대언하고 있음을 목숨 걸고 증언하는 예언자의 공식입니다. 여기서 소리의 방향이 결정적으로 갈립니다. 인간의 경건한 소망이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하는 것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인간의 메아리입니다. 반면, 아모스의 선포는 위에서 아래로, 모든 것을 압도하며 임하는 하늘의 포효입니다. 이 힘의 방향은 그것을 받은 자의 삶으로 증명됩니다. 만약 인간의 소망이 투사된 것이라면, 목자 아모스는 자신의 양 떼가 번성하기를 기도했을 것입니다. 학자 바울은 율법의 의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포효는 그들을 안정된 삶의 터전(양 떼)과 세상의 자랑거리(학문, 지위)로부터 내몰아 모든 것을 버리고 거친 길로 나서게 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음성은 우리를 자기 확장(self-expansion)이 아닌 자기 비움(kenosis)으로 초대합니다. 그것은 인간 내부에서 생성될 수 없는 전적인 타자로부터 오는 힘입니다.
3. 포효의 보편성: 모든 역사를 향한 정의의 기준
하나님의 포효가 인간의 투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또 다른 이유는 그 내용의 보편성 때문입니다. 아모스는 이스라엘 주변 국가들을 심판하면서, 그들이 이스라엘의 종교법을 어겼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죄는 "철 타작기로 길르앗을 짓밟고"(3절), "사로잡은 사람들을 통째로 에돔에 팔아넘기고"(6절), "형제의 계약을 기억하지 않는"(9절) 등 인류 보편의 양심과 정의를 파괴한 행위였습니다. 이는 여호와 하나님이 단지 이스라엘만의 신이 아님을 선포하는 혁명적인 선언입니다. 그분은 모든 역사의 주권자이시며, 그분의 정의는 모든 민족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기준입니다. 따라서 아모스의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민족적 염원이 투사된 신이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마저도 그 보편적 정의의 심판대 아래 세우는 주님이십니다.
4. 포효의 목적지: 심판을 넘어 연합으로의 초대
그렇다면 이 무서운 사자의 포효가 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목자의 초장을 시들게 하고 갈멜 산을 마르게 하는 이 파괴적인 음성은 단순히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함일까요? 아닙니다. 이 포효는 흩어진 피조물을 당신의 품으로 다시 부르시는 하나님의 열정적인 초대장입니다. 거짓된 평화와 불의의 구조를 무너뜨려 참된 연합이 가능한 자리를 마련하시는 창조의 음성입니다. 그 최종 목적지는 요한복음 17장에서 예수님이 기도하신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이 되는 것(Theosis)이 아니라, 창조주와 피조물의 구별 속에서 은혜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의 교제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아모스의 포효는 바로 이 거룩한 연합을 가로막는 모든 죄악을 향한 하나님의 '아니오'이며, 동시에 우리를 그 연합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강력한 '예'입니다. 수많은 인간의 메아리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비워내고 참된 연합으로 이끄는 그 사자의 포효를 듣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