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으로 흐르는 세상,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강 (요한복음 7장)
평행선으로 흐르는 세상,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강
요한복음 7장 묵상
(예수의 형제들까지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의 때는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요한복음 7:5-6, 새번역)
명절의 가장 중요한 날인 마지막 날에, 예수께서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로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이 말한 바와 같이, 그의 배에서 생수가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요한복음 7:37-38, 새번역)
이것은, 예수를 믿은 사람이 받게 될 성령을 가리켜서 하신 말씀이다. 예수께서 아직 영광을 받지 않으셨으므로, 성령이 아직 사람들에게 오시지 않았다. (요한복음 7:39, 새번역)
1.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시간, 평행선 위의 사람들
요한복음 7장은 거대한 불신과 오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작됩니다. 심지어 예수의 형제들조차 그를 믿지 않고, 세상의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하라고 부추깁니다. 이들의 시간은 세상의 기회와 명예를 좇는 [인간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십니다. 그의 시간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구원의 시간]입니다. 이처럼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시간,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예수의 길과 세상의 길은 마치 서로를 스쳐 지나갈 뿐인 평행선과도 같습니다.
당시의 세상은 타락한 종교가 왜곡된 정치의 기반이 되어 서로를 정당화하는 시대였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예수를 규정했고, 진리이신 예수는 대다수 사람에게 불편한 존재였습니다. 이 영적 혼돈 속에서 예수는 홀로 아버지의 때를 향해 걸어가시고, 사람들은 자신의 때를 따라 살아갑니다. 예수가 있는 곳에 그들이 올 수 없고, 그들이 찾는 예수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이 절망적인 단절이 바로 인간 실존의 현실입니다.
2. 오해의 한복판에서 울리는 초대
평행선은 영원히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그 불가능한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예수께서는 명절에 올라가지 않겠다 하시고는 은밀히 예루살렘으로 향하십니다. 이는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변심이나 언행 불일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상의 때를 거절하고 아버지의 때를 따르시려는, 더 높은 차원의 일관성입니다. 세상의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라는 형제들의 제안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방식으로 생명을 선포하기 위해 그는 갈등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신 것입니다.
그리고 명절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날, 모든 논쟁과 갈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예수께서 일어서서 외치십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로 와서 마셔라." 이것은 평행선으로 흐르던 세상 속으로 들어오는 수직적인 [[하나님의 초대]]입니다. 인간의 이해와 노력이라는 수평적 차원에서는 결코 만남이 불가능하기에 하나님이 직접 은혜의 문을 여신 것입니다. 모든 오해와 불신, 정치적 계산과 종교적 위선으로 메마른 그 땅의 한복판에서 생명의 근원이신 당신 자신을 해답으로 제시하십니다.
3. 성령, 새로운 창조의 숨결
어떻게 땅의 존재가 하늘의 존재를 만날 수 있습니까? 어떻게 우리의 시간이 하나님의 시간에 연결될 수 있습니까? 요한은 그 유일한 길을 선포합니다. "그의 배에서 생수가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생수가 바로 '성령'이라고 명확히 밝힙니다. 이 불가능한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분이 바로 성령입니다.
요한은 철저히 창세기를 탐구한 신학자였을 것입니다. 태초에 혼돈의 수면 위를 운행하던 '하나님의 영'이 말씀과 함께 생명을 창조하셨듯, 이제 그 성령이 믿는 자의 가장 깊은 내면(배)으로 들어오셔서 [[새로운 창조]]를 시작합니다. 인간의 노력으로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간극을 성령이 메우는 것입니다. 그분은 과거의 예수 그리스도를 현재의 우리에게 살아있는 실재가 되게 하고, 하늘에 계신 주님을 우리 안에 거하게 하는 신비의 다리입니다.
7장의 모든 갈등과 목마름은 이 하나의 비전으로 귀결됩니다. 바로 우리 안에서부터 터져 나와 세상을 적시는 생수의 강입니다. 이것이 요한이 제시하는 희망이며, 모든 율법의 그물을 끊고 우리를 자유하게 하는 [[생명의 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