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의 아돌프 폰 하르낙 추도사 (1930년 6월 15일)

지금 이 순간, 저와 함께 수천 명의 젊은 신학자들이 우리의 위대한 스승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돌프 폰 하르낙 선생님의 유산이 우리에게 전해졌고, 우리는 깊은 책임감 가운데 자랑스럽게 이를 계승합니다.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미래를 바라봅니다. 선생님이 우리 신학 세대에게 남긴 유산을 생각하며 말입니다.

선생님과 우리 사이에는 거의 두 세대의 간극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장 충실한 제자들마저 이미 우리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을 오직 노년의 대가로만 알고 있으며, 온 학계가 주목하던 인물로 기억합니다. 선생님은 만나는 모든 이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켰고, 선생님의 삶은 진리의 정신과 투쟁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어디를 가시든 하나의 세계를 함께 가져가셨으며, 선생님과의 만남은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 위대한 인물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신학자들로서 이를 큰 행운으로 여깁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이 세대의 많은 이들 중에서 특별하게 만드는 점입니다. 선생님은 우리의 스승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진정한 스승이 제자에게 다가가듯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와 함께 질문하며, 또한 탁월한 식견으로 우리를 이끄셨습니다.

선생님이 마지막 몇 년간 당신 자택에서 우리와 함께 했던 고대 교회사 연구 시간들은 선생님의 진리와 명확성을 향한 굳건한 열망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세미나는 결코 피상적인 말장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명확성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질문들까지 다루어졌으며, 선생님은 언제나 경청하고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오직 진실한 답변만을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분명했던 것은, 진리는 오직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자유로운 인식을 통해 얻은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 싸우는 선구자임을 목격했습니다. 선생님은 늘 새롭고 자유로운 판단을 내렸고,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얽매여 있을 때도 그것을 분명히 표현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선생님은 학문 세계에서 모든 가식적인 교육과 고착된 편견을 초월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행동과 사람을 평가할 때 진정성을 중요하게 여기셨고, 이는 선생님이 모든 젊은 세대의 친구였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때로 선생님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거나 우리 학문의 최근 동향에 대해 경고하셨습니다. 그것은 오직 한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선생님은 다른 이들의 의견이 위협받을까 염려하셨고, 순수한 진리 추구에 불순한 것이 섞이는 것을 걱정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보살핌 아래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선생님을 모든 진부함과 피폐함, 정신적 삶의 모든 고착화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 신학자였으며, 그것도 자신의 소명을 깊이 인식한 신학자였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신학자였다는 사실을 통해서만 그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선생님은 신학자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분이 교리사를 저술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신학이란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신학자의 사명은 이보다 작은 것이 없습니다.

하르낙이라는 신학자에게서 우리는 그분의 정신 세계의 통일성을 보았습니다. 그 통일성 속에서 진리와 자유는 진정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그 조화가 없었다면 진리와 자유는 자의적인 것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 문제에 있어 항상 신중한 태도를 보이셨고 불필요한 말을 삼가셨습니다. 그러나 세미나 때 혹은 여름이면 그뤼네발트에서 가장 오랜 제자들과 가장 젊은 제자들을 모아 대화를 나눌 때, 선생님이 남긴 경구들은 우리에게 충분했습니다. 선생님은 성령 안에서 모든 시대정신이 자신의 소명을 찾는다고 믿었고, 아버지 하나님과 자녀인 인간 사이의 메시지가 영원한 진리이며,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여기에 아돌프 폰 하르낙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있습니다. 그것은 연구와 창조, 그리고 삶에 있어서 참된 자유 그리고 모든 사유와 삶의 근본적인 토대에서 비롯된 깊은 기반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즐겨 사용했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는 1년 전 여름 소풍에서 제자들에게 남긴 그분의 마지막 말이기도 합니다.

"주님께 소망을 두는 자는 기쁨이 넘치지 않을 수 없다."
(Non potest non laetari, qui sperat in Dominum)

In: D. DR. Agnes von Zahn-Harnack, D. DR. Axel von Harnack, Adolf von Harnack.  Aus gewählte Reden und Aufsätze, Walter de Gruyter, 1951, 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