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9장: 마가복음 편집자의 초대
9장: 마가복음 편집자의 초대
1 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와 있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
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명하시어, 인자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날 때까지는, 본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10 그들은 이 말씀을 간직하고,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를 서로 물었다.
11 그들이 예수께 묻기를 "어찌하여 율법학자들은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합니까?" 하니,
12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확실히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회복한다. 그런데,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멸시를 당할 것이라고 기록한 것은, 어찌 된 일이냐?
13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엘리야는 이미 왔다. 그런데, 그를 두고 기록한 대로, 사람들은 그를 함부로 대하였다."
1절은 변화산 사건(2-8)과 이후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9-13)은 어떤 관계인가? 1절과 2-13절을 어떤 주장과 근거 제시로 보는 것은 억측이라 보는 관점도 있고, 둘의 관계가 의미 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여기서 마가복음 편집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마가 편집자는 해석의 실마리가 풀리는 지점을 ‘인자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날 때까지’로 설정했다. 사실 이것은 마가 편집자의 예수에 대한 이해의 문이 열린 시점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마가복음 곳곳에 설치된 ‘메시아 비밀’은 편집자의 간증인 거다.
마가 편집자가 보기에 구약성서는 엘리야 재림과 인자의 고난 둘 다 담고 있다. 이 두 가지 예언은 마가복음 편집자 시대의 종말에 대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논쟁의 핵심이다. 유대교의 측면에서 보면 종말 이전에 엘리야가 와서 커다란 화해(말 3:23f.)를 이룩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엘리야는 오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유대교가 그리스도교에 의문을 던질 때, 그리스도교는 엘리야의 재림으로써 나타날 화해와 인자의 고난이 어울리냐고 맞대응 했다. 그리스도교는 엘리야의 재림을 엘리야라는 인물에 초점을 두지 말자고 유대교에 제안한다. 13절은 엘리야의 재림을 세례 요한의 등장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그리스도교의 제안이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으로서 마가복음 편집자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갈등을 해소하고 싶다.
인자 예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 이전에 그분의 정체성을 알아 챈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와 있는 것을 본 사람’이다. 그들의 대표로 시므온과 안나를 꼽을 수 있다. 시므온과 안나는 예수가 그 어떤 기적도, 아니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왔다’고 말하기도 전 아기 때 이미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았다. 그들은 마가 편집자보다 영적 감수성, 소위 영의 눈이 활짝 열린 사람인 것이다. 마가 편집자가 제시한 최소한의 시점은 ‘예수의 부활’이다. 편집자는 자신이 각성했던 시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모름지기 작가의 의도를 좇아 작품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