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22: 가야함 (요 13:21.26.27b.30)

사순절 22
가야함
요 13:21.26.27b.30

21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심령이 괴로워** 증언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하시니
26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떡 한 조각을 적셔다 주는 자가 그니라 하시고 곧 한 조각을 적셔서 가룟 시몬의 아들 유다에게 주시니
27 ... 예수께서 유다에게 이르시되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 하시니
30   유다가 그 조각을 받고 곧 나가니 밤이러라

◇ 자신이 갈 길을 분명히 아는 예수님은 외롭고, 두렵고, 숨고 싶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길을 가야함을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길을 가도록 자신을 넘겨줄 자도 아셨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할 일을 속히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을 넘겨줄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자 중에 있다는 것을 아는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제자라니. 그것도 그들 공동체의 재정을 맡은 사람이라니. 요즘도 재정을 맡은 사람은 모임의 중심에 있는 사람 아닌가요? 모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지요.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제자들 중에 재정을 맡은 자가 예수님을 넘겨준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이 자신을 배신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자신을 죽음으로, 감당하기 두려운 고통의 나락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예수님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지요?

자신을 넘겨줄 자에 대하여 말씀하는 이 장면에서 다시 한 번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봅니다. 인간이기에 품을 수밖에 없는 마음 말입니다.

예수님은 떡 한 조각을 주며 “네가 해야 하는 일을 속히 하라”고 말씀합니다. 점잖아 보이고 차분해 보이는 이 말 속에서 왜 저는 외로움, 슬픔, 두려움, 체념이 느껴질까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예수님의 마음, 그래서 이제 속히 그 일을 해치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배신의 분노, 상실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하는 그 길, 곧 십자가의 길을 피하지 않는 예수님, 그래서 저는 예수님이 좋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겠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예수님, 그 순종으로 우리가 살았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닮게 하소서! 성령님, 진리로 인도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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