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5장: 십자가-자기 존재 규정으로서 예수님이 받은 두 번째 시험
15장: 십자가-자기 존재 규정으로서 예수님이 받은 두 번째 시험
29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며 말하였다. "아하!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30 자기나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려무나!"
31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함께 그렇게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구나!
32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보고 믿게 하여라!"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두 사람도 그를 욕하였다.
34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부르짖으셨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그것은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는 뜻이다.
마가복음 편집자는 매우 건조하게 그리고 숨가쁘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기록한다. 어떤 미사여구나 해석도 없이 빌라도 재판부터 장례까지 한달음에 내달린다. 편집자는 자신의 견해를 속도와 무미건조 속에 애써 감춘다. 기적조차 없다. 한 끼 식사를 하느냐 못하느냐 앞에서는 오병이어가 뻥튀기가 되었든 사람들 마음이 바뀌어 저마다 꿈쳐둔 먹을거리를 내놓았든 기적을 이루었는데, 정작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묵묵부답인 예수의 입 만큼이나 조용하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세 가지의 유혹을 받으셨는데 당신의 죽음 앞에서도 시험을 당한다. 사탄의 유혹은 큰 틀에서 하나의 시험인데, 그것은 자기 존재 규정/증명으로서 돌을 떡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 증명,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다치거나 죽지 않는 존재 증명, 사탄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존재 규정이다.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 앞에서 다시 한 번 존재 증명을 요구당한다. 이스라엘의 왕이자 그리스도로서 십자가에서 내려올 수 있는 존재 증명이다. 예수님이 다른 사람의 병을 치유하거나 귀신을 쫓아낼 때는 메아리처럼 기적이 일어났지만, 당신 인생의 시작과 끝에서 괄호를 치는 모습으로 시험을 당할 때 하나님은 아무것도 안 하신다.
예수님은 철저히 사람의 아들로서 두 번 시험 받았다. 첫 번째 시험의 점수는 좋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받은 마지막 시험은 인간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예수님은 하나님을 거부하고 자기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사탄의 시험 앞에서 차라리 하나님을 원망할지언정 부인하지 않았다. 봉사와 희생으로써 예수를 따른다는 겉모습의 내부에는 하나님을 원망할지언정 부인은 하지 않는다는 사람의 자기 존재 증명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