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1장: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저주와 성전 정화의 공통점

11장: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저주와 성전 정화의 공통점

14   예수께서 그 나무에게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영원히, 네게서 열매를 따먹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제자들이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17   예수께서는 가르치시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기록한 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희는 그 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22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을 믿어라.

23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바다에 빠져라' 하고 말하고, 마음에 의심하지 않고 말한 대로 될 것을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제자들이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가 예수의 저주 대로 말라 버린 것을 보고 놀라자 예수는 뜬금없이 ‘하나님을 믿으라’고 말씀했다. 마가복음 편집자는 예수의 말이 동문서답이 아니라고 한다. 편집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틀에 걸친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저주 사건 사이에 성전 정화 사건을 집어넣었다. 예수는 아침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다가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에 실망하여 저주하고 나서 성전에 들어가 장사치들을 모두 쫓아냈다. 이튿날 예수가 다시 성전으로 가다가 무화과나무가 말라 버렸다는 말을 듣고 느닷없이 믿음을 말씀했다.

편집자가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저주와 성전 정화를 하나로 보는 연결 주제는 신앙이다. 성전뜰에 제물 매매상과 환전상이 자리 잡은 이유는 제사, 즉 믿음 때문이다. 편집자는 예루살렘 성전의 모습을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에 빗댔다. 제사 이면에 성전 관리자들의 경제적 이득이 도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사는 기도요, 제사가 이뤄지는 성전은 기도하는 집이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기도 대신 돈의 욕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성전이야말로 불타버려야 한다.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는 말라 버려야 한다.

말라 버린 무화과나무 앞에서 예수가 하나님 신앙을 말한 것은 동문서답이 아니다. 무화과나무는 무화과를 맺을 때 무화과나무일 수 있고, 성전은 회개와 용서를 비는 기도의 집일 때 성전이다. 마가복음 편집자는 이 당연한 사실을 '기도하면 산이 번쩍 들려 바다에 빠진다' 라고 과장까지 했다. 그만큼 성전의 존재 이유인 하나님 신앙과 그것의 핵심인 기도를 강조한 것이다.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저주와 성전 정화를 하나의 주제로써 연결하는 편집자의 시선을 주목하자. 기도를 강조하기 위해 ‘무엇이든 구하고 받은 줄로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진다’ 하신 예수의 말씀을 알라딘의 램프 쓰다듬기로 오해하지 말자. 예수는 기도하려고 자세를 잡으면 회개 밖에 할 것 없는 이들에게 반드시 용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을 말씀하고 싶었다. 솔로몬이 성전 짓기를 다 마치고 바치는 기도 대로 성전은 회개하는 사람들이 용서를 받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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