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석, 히브리서 저자는 필론주의자였는가
오유석, "히브리서 저자는 필론주의자였는가. -히브리서 10:1의 skia/eikon을 중심으로-", <지중해지역연구> 14(3), 35-59.
논자는 히브리서의 저자가 필론에게서 영향을 받았는지를 살피기 위해 히 10:1의 skia와 eikon의 쓰임새를 살핀다. 우선 두 단어의 고전 그리스어에서 쓰임과 필론 시기(헬레니즘, 중기 플라톤)의 쓰임새, 성서 속의 용례와 히브리서에서의 쓰임새를 추적 비교한다.
고전 그리스어 문헌에서 skia와 eikon은 둘 다 실물에 대한 모상을 가리켰다. 필론 시대에 들어서 두 단어의 의미가 변했다. skia는 고전 그리스어 때의 의미(그림자)를 유지하였고, eikon은 때때로 궁극적 실재(원형 그 자체)를 뜻하기도 했다.
두 단어의 성서 속 쓰임새는 고전과 필론 시대의 쓰임새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특히 eikon이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 사용될 때는 필론 시대의 쓰임새와 닮았다(고후 4:4, 골 1:15, 빌 2:6의 eikon과 동의어 morphe도 마찬가지, 히 10:1).
이쯤에서 논자는 질문한다: 히브리서 저자는 필론의 우산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히브리서 저자가 사용하는 skia가 그림자, 모형으로서 원형에 대립되는 개념어일 때, eikon은 실제 대상 자체를 가리킨다는 면에서는 필론의 이원론을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다른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론에 있어서 천상의 성소가 상징하는 실재는 일반적으로 인간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영적 원리 내지 덕인 반면, 히브리서에서 강조되고 있는 천상 성소의 본질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얻어지는 신과의 관계회복이라는 점에서, 히브리서 저자는 분명히 필론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56). 이러한 구분의 지점을 천상과 지상/원형과 모형이라는 영원한 존재론적 이원론을 히브리서 저자의 원래 목표(의도)인 구원론적 종말관으로부터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논자는 주장한다(54f.). 논자는 이렇게 히브리서가 필론 사상과 닮은 듯 다른 점은 히브리서의 저자의 삶의 자리, 곧 필론의 사상에 익숙한 헬라화 된 유대신앙인 독자를 의식하고 썼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며 논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