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4장: 마가 편집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예수님의 관점
4장: 마가 편집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예수님의 관점
11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겨 주셨다. 그러나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들린다.
12 그것은 '그들이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셔서, 그들이 돌아와서 용서받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다."
학자들은 11-12절을 편집자의 가필로 본다. 편집자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0절과 13절 사이에 두 절을 집어넣었다. 왜 이 두 절이 편집자의 삽입이며, 그는 왜 이 두 구절을 끼워넣었을까?
두 구절의 내용은 전체 복음서의 흐름에 배치된다.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실현하기 위해 성육신 하신 예수님이 바깥 사람들(비신자)에게 깨닫지 못하도록 하나님의 나라를 비유 포장지에 감쌌다는 사실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깥 사람들이 용서받지 못하도록 예수님이 비유로써 말씀하신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신약성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마가복음 전체 흐름에 어긋나는 이 두 구절을 색안경을 끼고 보았고, 그들은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마가복음 편집자가 그 구절을 삽입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편집자의 특정 목적이 무엇일까? 편집자는 신자(제자, 공동체 구성원)와 비신자(바깥 사람들)를 구분짓는다. 구분의 기준은 예수님의 비유 이해력이다. 예수님의 비유를 깨닫는 자는 제자 그룹이고, 깨닫지 못한 자는 그 경계를 벗어난 그룹이다. 특히 마가복음 편집자는 예수가 직접 제자들에게 비유를 해석해주는 그림을 그렸다. 이로써 마가 편집자는 공동체의 기운을 북돋우고 결속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마가 공동체만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유와 그 신비(비밀)를 알고 용서받을 수 있다. 이쯤되면 공동체가 어려움과 억눌림을 견뎌낼 자존감과 용기가 북돋워지지 않겠는가.
씨 뿌리는 비유에 대한 예수님의 풀이를 고려하면, 마가 공동체는 좋은 땅이다. 결실을 볼 수 있는 제자 그룹이 마가 공동체이다. 이로써 편집자의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설계도는 완성되었다.
그러나 씨 뿌리는 비유에 담긴 예수님의 설계도도 있다. 농부는 좋은 땅에만 씨를 뿌리지 않고 가시밭, 돌밭, 길가에도 뿌린다. 편집자가 바깥 사람들이라고 구분한 그룹, 곧 비유를 듣고 들어도 그리고 보고 보아도 깨닫지 못하는 그들에게 농부는 씨를 뿌린다. 여기서 마가 편집자와 공동체의 한계(속좁음)를 넘어서는 예수님의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