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3: 결혼 선물 (요 2:1-4 )

사순절3   

요 2:1-4

결혼 선물


1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2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3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4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혼인잔치에서 베풀어졌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어머니가 함께 초대받은 혼인잔치였습니다. 혼인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포도주입니다. 그런데 풍성히 준비했던 포도주가 동나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얼마나 난감하였을까요? 그때 마리아는 아들에게 포도주가 없다고 합니다. 그때 예수께서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십니다.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아들이 포도주의 문제를 해결하여줄 것을 알고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말했을까요? 5절에 따르면 마리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인들에게 예수께서 이르는대로 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마리아는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습니다”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요?


“내 때”,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그 때는 무엇일까요? 복음서 곳곳에 등장하는 “때”, 곧 마지막 때입니다. 종말의 때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내 때”는 자신의 고난과 죽음을 말하고자 할 때 사용하였던 표현입니다(막 14:41, 요7:30, 8:20, 13:1).


예수께서는 이미 자신의 고난과 죽음을 알고 계셨습니다. 고난과 죽음을 향한 여정을 혼인잔치와 포도주로 시작하신 것입니다. 남녀가 만나 남편과 아내가 되어 한 가정을 이루는 시작이 혼인잔치입니다. 혼인잔치는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남편이신 주님과 신부인 인간이 주님의 나라에 영원히 함께 살게 되는 기쁨의 잔치를 혼례잔치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포도주입니다. 포도주 없는 혼인잔치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좋은 포도주를 내놓느냐가 그 잔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도 한 알 한 알이 으깨어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포도주입니다. 포도의 으깨어짐 없이 포도주는 만들어지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때가 되면 하나님과 인간의 혼인잔치를 위한 포도주가 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혼인잔치의 성패를 좌우할 포도주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보다 더 귀한 포도주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요? 예수께서는 포도 한 알 한 알이 으깨어져서 포도주가 만들어지듯이 자신의 몸을 으깨어서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시키고 화목케 하는 선물이 되셨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귀한 아들의 으깨어짐을 통한 화해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으깨어짐을 향해가는 예수님의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하소서! 고난의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하소서!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미움이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변하게 하여주소서! 으깨어짐을 향해 가는 마음을 조금이나 본받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게 하소서! 성령님, 진리로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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